• 국민일보 19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한석동 논설실장이 쓴 '네거티브 캠페인도 필요하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네거티브 선거운동(negative campaign)을 유권자들은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상대후보의 비리를 폭로하고 비난하고 단점을 집중 공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종종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사실 유권자들은 대개 네거티브 캠페인에 더 관심을 보인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흑색선전, 즉 근거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후보를 중상모략하는 등의 마타도어와는 구분된다. 장려할 것까지야 없지만 네거티브 캠페인은 사실상 공인된 선거운동의 하나다. 선거가 정책대결로 일관한다면 건전하기는 하겠지만 당연히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 한 가지 측면만 봐도 네거티브 캠페인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당위를 넘어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추격하는 후보 측에서 구사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선거를 통해 지도자가 돼보겠다는 인물의 인간 됨됨이를 측정하는 데 탁월한 효험이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 덕목을 검증하는 데는 그만한 수단이 흔치 않다.

    네거티브 캠페인의 유용성은 출마자가 자기 약점을 스스로 고백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공격받는 쪽은 부담스럽겠지만 꼭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어설픈 공격으로 되레 낭패를 자초할 수 있고 때로는 양쪽 모두 윈윈할 수도 있는 법이다.

    몇달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다시피해온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관한 이야기다. 이 전 시장 쪽은 네거티브 캠페인에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보인다. 특히 라이벌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검증’ 소리만 나와도 경기(驚氣)를 일으키듯이 대응하는 게 습관이 됐다. 아예 무시하는 인상도 풍기지만 맥락은 같다. 맞붙어서 득될 것 없다는 전형적 부자 몸조심이다.

    여론조사결과의 우위를 이어가려는 마음은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꾸할 가치를 못느낀다”거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는 식의 결벽증 가까운 대응은 사람인 이상 우선 이 전 시장 본인에게, 그리고 어떤 인물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든 궁극적으로 득이 되기 어렵다.

    아침 저녁 다를 수 있는 것이 여론이고, 이 전 시장의 인기 역시 현재 스코어일 뿐이다. 게다가 고의든 아니든 범여권이 자멸해 무주공산에서 거둬들인 수확이다. 선전선동에 탁월한 상대 정당·정파의 영악하고 패기 넘치는 인파이터들이 누구 말처럼 네거티브 한 방으로 날려버리지 못하리란 보장도 없다. 정권 되찾기 열망이 절실하다면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든 본선에 더 세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 전 시장은 당내 네거티브 캠페인이 본선 전력을 약화시키는 해당(害黨)행위 정도로 보는 것 같다. 자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걱정하고,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여유있게 비켜가는 것 등이 그렇다. 어떤 경우든 이씨가 절대 마다해서 안될 일이 경선 이전 단계에서의 치열한 검증이다. 검증을 자청해서라도 항체를 배양하라는 충고 겸 건의다.

    당장 이명박씨가 명쾌하게 풀고가야 할 몇가지가 있다. 먼저, 국회의원 때 비서 김유찬씨의 배반에 대해 충분히 말해야 한다. 오랜 ‘술상무’로 이 전 시장의 큰돈이 오고간 내막을 폭로하고 결별에까지 이른 내막,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의 허위진술·출국 회유 주장은 쉽다고 묻어만 둘 사안이 아니다.

    독보적 병역전문가를 자처하는 김대업씨가 이 전 시장의 병역면제 사유를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지나 그가 정교하게 열거한 폭로는 주목할 만한 내용들이다. 재산형성 과정과 규모, 이와 관련해 꼬리를 무는 온갖 풍문을 알아듣게 잠재우는 것도 과제다. 지뢰 또는 시한폭탄이 되지 않게 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