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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추모하는 것이고··· 반미에 애도 상황 볼께 어디 있겠는가" 정보선 반FTA 촛불집회 운영위원의 말이다.
18일 오후 시청역 근처에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시청 바로 앞에서는 보수단체가 미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했고 시청 바로 옆에서는 진보단체들이 한미FTA반대 촛불 집회를 열었던 것.
한쪽에서는 반미를 외치고 한쪽에서는 미국을 애도하는 너무나도 상반된 주제로 열리는집회라 두 단체가 자칫 잘못하면 충돌의 우려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그러나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예정대로라면 보수단체들은 반FTA집회가 열리는 장소를 가로질러 가두행진을 한 후 애도문을 미대사관에 전달해야 했지만 애도기간에 불필요한 충돌은 자중하자는 뜻에서 시청 뒤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보수측 "민족을 내세우는 같은 민족이 저지른 죄에 대해 왜 반성 안하는가"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집회를 하는 쪽은 반FTA 시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라이트코리아의 봉태홍 공동대표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란게 있다"며 "그렇게 민족을 내세우는 이들은 정작 같은 민족이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슬픔에 잠긴 미국을 욕하며 반미시위를 하고 있다.최소한 민족을 내세우려면 지금 가슴찢어지는 비통한 심정으로 미국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것이 당연한 논리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반FTA측 "FTA에 민족의 생사가 걸렸다.반미에 애도 상황 볼께 어딨어"
그러나 반FTA시위의 민족관은 달랐다. 그들은 '민족의 반성'보다는 '민족의 위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 보였다. 정보선 반FTA 운영위원은 '미국을 애도해야 하는 상황에 반미시위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는 뉴데일리의 질문에 "한미FTA는 민족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며 "그들이 총기난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추모하는 것이고···반미하는데 애도 상황 볼께 어디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전지윤 운영위원은 반FTA 연설에서 "미 버지니아 공대 33명이 희생됐다"며 "지금 한사람을 전 세계가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딱 두사람만이 비난할 자격이 없다.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 이라크에서 33명보다 더한 사람을 매일 살상하는 부시 대통령은 (조승희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반FTA 촛불집회에는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그러나 그들의 촛불보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들의 촛불이 더욱 밝게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