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대(對)고객 영업 마감시간을 현재의 오후 4시 반에서 오후 3시 반으로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최근 열린 각 은행 노조 대표자 회의에서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안건을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노조는 이를 27일 사용자 측 대표인 은행연합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오치화 금융노조 홍보선전부장은 “은행 창구영업이 끝나도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직원들이 오후 8시가 넘어 퇴근하기 일쑤”라면서 “은행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져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 측은 “갈수록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 업무처리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창구 업무를 줄여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금융노조의 홈페이지에는 이를 반대하고 금융노조를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시민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종사자는 밤 12시 무렵까지 일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주5일제를 보장받으면서도 높은 임금을 받는 은행원들은 배부른 소리만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단 몇 푼이라도 입금하려고 긴 줄에서 기다리는 노인과 꼬마 얼굴을 생각해 보았느냐”, “공부하다 힘들면 오전 수업만 하자는 얘기와 같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은행들이 실제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당장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대고객 업무시간을 1시간이나 앞당기려면 이를 보완하는 비용이 크게 발생할 뿐 아니라 고객 불편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금융노조는 “단축되는 영업시간 동안 수수료를 면제해 주면 될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은행에 소중한 돈을 맡기고 찾는 고객은 기계가 아닌, 사람(은행원)과 직접 만나야 할 일도 적지 않다.

    은행 문을 내린다고 은행원들이 바로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정도는 안다. 하지만 ‘오후 3시 반 영업 종료’라는 요구는 아무래도 너무 심한 주장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혹시 금융노조는 조합원들의 복지를 옹호하느라 대다수 고객의 편의를 무시한 무리한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