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째 호남을 방문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8일에도 말을 아꼈다. 오해를 살만하거나 경쟁후보들과 충돌할 만한 발언은 피했다.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빈둥빈둥" 발언으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의 정면충돌이 일어났음에도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는 한선교 대변인을 통해 "그시절 산업화 세력은 산업화 세력대로, 민주화 세력은 그들대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는 입장만 밝힌 채 두 후보간 충돌을 관망하고 있다. 굳이 두 후보간 싸움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에서도 "손 전 지사가 싸워주는데 우리가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명박·손학규 충돌에 "손학규가 싸워주는데 굳이 끼어들 필요 없어"
    지방투어로 당원 접촉하며 당심공략 "집토끼부터 확실히 잡겠다"

    박 전 대표는 정책투어 등의 차별화 된 대권행보를 통해 여론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27일부터 이틀간 광주와 목포 고흥 순천 광양 여수 등을 강행군하며 호남표 공략에 집중했고 열차페리와 U자형 국토개발공약 등 자신의 주요 정책 홍보에도 주력했다. 박 전 대표는 호남 정책투어를 시작으로 당분간 부산·경남, 충남·전북, 강원 등의 지방투어 등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책투어에서 박 전 대표는 당원들과의 접촉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심 잡기'에 가속페달을 밟는 이 전 시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일단 집토끼부터 확실히 잡아두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호남 방문에서도 들르는 지역마다 당원간담회를 열며 당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어느 일정보다 당원간담회에 중심을 뒀다고 한다. 함께 동행한 한 초선 의원도 "일단 집토끼 부터 확실히 잡는게 전략"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28일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 건립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70년대 지독하게 가난에 시달리던 시절 과학기술이 어떻게 큰 힘을 발휘했는지 나도 지켜봤다"며 "내가 전자공학을 선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한 뒤 "내가 공학도이기에 여러분의 고민이 무엇인지, 뒷받침해야 할게 무엇인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추진현황을 설명하려는 사회자의 마이크가 안되자 "첨단을 달리는 항공우주센터에서 이러면 안되는데…"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미혼 여성 최초 공장장 만나 "아주 자랑스럽네요"

    박 전 대표는 이어 광양제철소에 들러 자신의 'U자형 국토개발'의 현실화 방안을 검토했다. 미혼으로 여성 최초의 대통령을 꿈꾸는 박 전 대표는 광양제철소에서 미혼 여성 최초 공장장인 오지은씨를 만나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오 공장장에게 "첫 공장장이라면서요"라고 말하며 반갑게 악수를 건넸고 오 공장장도 박 전 대표의 팔짱을 끼고 안내를 했다. 공장관계자가 박 전 대표에게 "오 공장장은 아직 미혼"이라고 설명하며 "제철과 결혼했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아주 자랑스럽네요"라고 말했다. 

    간담회 자리에서는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정책 하나만으로는 안된다"며 "외교·안보를 확실히 해야 한고 국제적 신뢰를 쌓아 외국에서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경제와 외교 안보를 종합적으로 활성화 해야 한다"고 말해 경제 대통령 이미지가 강한 이 전 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재석 인기는 사생활 깨끗하기 때문" 이명박 우회적 비난
    지지모임 강연서도 도덕성 강조

    박 전 대표 곧바로 서울로 이동해 외곽조직인 '강북포럼' 초청 특강을 했다. '선진화를 위해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박 전 대표는 개그맨 유재석씨를 거론하며 "가식없고 진실되고 사생활이 깨끗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이 전 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여러분은 유씨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뒤 "물론 재미있어서 인기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식없고 진실되고 사생활이 깨끗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섬기고 봉사하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정치인들이 정말 배워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도자가 진실되게 국민을 대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고 선진화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나는 유씨 처럼 국민께 웃음을 주는 법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며 농담도 곁들였다.

    이날 강연 내내 박 전 대표는 지도자의 도덕성을 강조했다. 그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고, 공권력을 바로 세워 부패와 부조리를 없애고, 나라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지도자가 사심을 버리고 거짓말 하지 않고,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럴 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전체 국민이 지지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신뢰받는 리더십이야 말고 가장 강력한 리더십 아니냐"고 반문한 뒤 "약속을 지킨다는 것, 신뢰를 지킨다는 것이 정말 어렵고 나도 정치를 하면서 참 많은 약속을 했는데 약속을 지키려고 국민들 만날 때 마다 수첩에 꼼꼼하게 적어 틈만 나면 들여다보면서 챙겼더니 여당에서는 나보고 '수첩공주'라고 불렀다"며 자신이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임을 피력했다. 그는 "그런 수첩공주라면 나는 백번이라도 하겠다"고도 했다.[=고흥·광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