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6일간 한나라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권 안팎의 당 분열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강경한 톤으로 '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당이 우선'이라고 말하던 대표시절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자신의 법률특보이던 정인봉 변호사의 '이명박 선거법위반'사실 상기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비서관이던 김유찬씨의 폭로기자회견으로 현재 당은 사분오열 직전이지만 박 전 대표와 측근들은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있다. 측근들은 "검증은 더 치열해도 좋다"고 주장한다. 


    박 전 대표 측과 폭로의 당사자들까지 모두 '박근혜 배후설'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이 전 시장 측과 정가에선 이들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1월 12일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후보검증'카드를 꺼낸 뒤 지금까지 진행된 사건들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의 강한 부인에도 이 전 시장 측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박 전 대표의 계획된 시나리오라는 것을 입증하긴 힘들다. 그러나 일단 박 전 대표 측은 현 검증공방이 싫지 않은 눈치다.

    김재원 유승민 유정복 이혜훈 최경환 의원 등 측근들이 '검증'에 연일 목소리를 키우고 있고 박 전 대표 역시 임팩트가 강한 발언으로 이들의 주장에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은 '손해 볼 게임은 아니다'고 말한다. 실제 '검증'공방 이후 당원대상의 지지율은 상승했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대의원 조사에서는 우리가 10%가량 앞선다"고 말했다. 최근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지율에서도 이 전 시장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고 주장했다. 

    검증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예선전에서는 이런 검증공방이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과의 격차가 5~7%정도라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당심에서는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박 전 대표 진영의 설명이다.

    검증공방 이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박 전 대표 진영으로선 고무적이다. 22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사연)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보름전인 6일 조사 때 보다 9.1%포인트나 하락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도 0.7%포인트 하락했지만 일단 이 전 시장 지지율의 하락폭이 커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게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검증공방이 국민의 뇌리속에 이 전 시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인식시키고 있다는 점은 박 전 대표와 측근들을 더욱 강경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한사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2.9%가 '사실에 가깝다고 본다'고 답했고 이 전 시장의 지지층인 충청(48.0%)과 호남(46.2%), 남성(46.9%), 30대(48.4%)·40대(48.2%), 대졸이상 고학력층(46.1%), 화이트칼라층(53.4%)에서 사실에 가깝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관계자는 "지금의 후보검증 흐름이 한나라당 전체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고 특히 이 전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더구나 앞으로 부동산 문제 등 이 전 시장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터질 수 있어 이 전 시장에게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검증으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는 일은 없겠지만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박 전 대표에겐 결과적으로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