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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관련한 검증자료를 당에 제출했다가 '무가치' 판정을 받은 정인봉 변호사가 이 전 시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나서자, 이 전 시장측은 공식적인 대응을 거부한 채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박근혜 전 대표측 법률특보였던 정 변호사는 16일 강삼재 전 사무총장까지 거론하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진영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 전 시장측은 정 변호사의 돌발행동이 경선을 앞둔 당내 유력주자간 진흙탕 싸움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것을 우려했다. 설 민심에 악영향을 미쳐 당 전체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정 변호사의 주장을 접한 진수희 의원은 "정말 어처구니없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진 의원은 "지금은 갈등을 해소하고 단합해야 할 시점인데, 오히려 확전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어느 누구에도 바람직하지않다"고 비판했다. 이 전 시장 캠프측 관계자 역시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꾸 분란을 일으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인간적으로도 실망했다"고 말했다.
강 전 사무총장측도 벌쩍 뛰었다. 정 변호사가 '강삼재 전 사무총장도 지난 96년 당시 이 전 시장을 파렴치한이라고 심한 욕설을 한 적이 있다'고 한 발언에 강 전 사무총장은 "어이없다"며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없는 나까지 끌어들이려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측근은 전했다.
반면 박 전 대표측은 미묘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김재원 의원은 "방법이나 절차에서는 부적절했지만, 정 변호사가 (자신이 제기한 문제) 실체 자체에 중요성을 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적으로 검증하고 자질을 평가해야 하는 문제를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정 변호사가 박 전 대표측에도 비난을 가한 점에 대해 "자기를 돌봐주지 않았으니 속상하다는 표현으로 이해한다"며 "그거야말로 내가 기획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정 변호사는 "김재원 의원이 내 자료를 보고 '황당했다'고 했는데 심한 욕을 해주고 싶다"고 발언했다.
20일 정 변호사의 징계를 결정할 방침인 당 윤리위원회 인명진 위원장 역시 "개인적인 행동으로 당의 분란을 초래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검증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자체를 '황당하다'는 등의 표현을 쓰며 너무 매도하고 비하하는 것도 문제"라며 "어차피 제기될 문제라면 털고 가는 것이 (당과 예비주자들에게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