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가랑비에 옷 젖을 수 있지 않느냐"며 검증논란의 확대를 경계했다.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 거듭 제기하는 검증논란에 대해 '단합'을 강조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12일 대구를 방문, 경북도당 당직자들과 같이한 오찬간담회에서 "사람이라면 선거에 임해 지지율을 만회하고 앞서가려는 과정에서 누구나 그럴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도대체 내가 한나라당에 있는 것인지, 열린우리당에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라며 '검증론'에 맞선 데 이어 '후보간 보호'를 당직자들에게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시장은 그러나 '검증자료 공개'를 주장하고 나선 박 전 대표측 정인봉 법률특보에 대해서는 따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특강에서도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잡다한 일에 신경쓸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서민이 원하는 것을 바라보며 계속 정치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 핵심관계자 역시 "이 전 시장이 어제 쓴 글에서 심경을 모두 표현했으므로 더이상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캠프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서 검증 주장이 나올 때마다 이 전 시장측에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이 전 시장과 동행한 안택수 의원은 "당내에서 김대업이 나오면 안되지않느냐"며 "당에서 질서있게 검증하도록 해야지, 무슨 바람잡는 사람도 아니고…"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설을 앞두고 열린 이 전 시장과 도당 당직자들과의 만남은 'TK지역 당심공략'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2일 방문에서 대구시당 당직자들을 만난 데 이은 이날 모임은 '민심에 비해 뒤쳐진 당심을 잡겠다'는 이 전 시장측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 전 시장측 한 인사는 "지역에서 일반여론은 (박 전 대표에) 크게 앞섰지만 대의원은 아직 5%포인트 가량 뒤졌다고 판단되므로 민심과 비슷한 수치까지 이동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도당 당직자들과 간담회 이후, 대구지역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을 찾아 '민심챙기기' 행보도 함께 이어갔다. 또 자신의 대표공약이 될 '한반도 대운하' 공론화 작업도 진행했다.지난해 10월에 이어 다시 서문시장을 찾은 이 전 시장은 상가연합회 주최 자선바자회에서 상주곶감과 강정 '1일 판매원'으로 직접 참여했다.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뻥튀기장사'를 한 경험이 있는 이 전 시장은 몰려든 시민들과 취재진 사이에서 큰 목소리로 "맛 좀 보이소"라고 경상도 사투리를 써 손님끌기에 나섰다.

    30여분간 판매를 마친 이 전 시장은 상가를 돌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원단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지금 악수하는 것은 이명박을 봐서가 아니라, 대구 경제를 좀 살려달라는 의미"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또 "대통령이 왔다"며 수제비를 건넨 한 중년 여성상인의 지나친 환영에 이 전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들으면 화내겠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선진한국 국민포럼' 주최로 열린 '대구·경북 경제침체 극복과 경부운하'라는 세미나에 참석해 특강을 했다. 이 전 시장은 "수도권에서 관공서 또는 기업 몇개를 가져와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소극적인 정책"이라며 '대구경북 광역경제권'을 강조하고, 대운하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