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일 사설 <‘바람직한 대통령상(像)’도 말 못했다니>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히며 소개합니다.

    조기숙 전 청와대 수석이 최근 나온 자신의 책에서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나 바람직한 대통령상에 대해 조언하는 것이 성역에 속했다”고 썼다. 주로 여야와 언론을 비난하는 책이지만, 이렇게 청와대 내 분위기를 전해주는 부분도 있다. 책에 따르면 결국 청와대 누구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해야 한다”거나, “대통령은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입 밖에 꺼낼 수 없었고, 실제로 대통령에게 그런 직언을 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다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실상을 밝히는 첫 증언이 나온 셈이다.

    대통령의 개성은 적절히 발휘되면 국민과의 친밀감을 높여서 리더십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에게선 그 개성이 국민과 가깝게 만드는 게 아니라 편을 갈라 공격하고 싸우는 스타일로만 표출돼 왔다.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을 거론하는 것에 극단적인 거부감을 표시한다. 지난달 4일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말을 줄여달라”고 고언을 하자,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모독 말라”고 격분했다. 대선후보 시절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것은 깽판쳐도 괜찮다”고 말했다가 언론의 비판을 받자, 오히려 ‘깽판’과 같은 비속어를 더 많이 쓰고 다녔다.

    대통령은 작년 8월 일부 신문 논설위원들에게 “내가 뭘 잘못했나. 스타일은 사람이 그것밖에 안돼서 그렇다고 치고…”라고 언행에 대한 비판에 반발감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도 “내가 해왔던 방식으로 일하게 내버려 두라”고 말했다고, 조 전 수석이 밝혔다. 한 나라 대통령의 언행을 스스로 거리의 패션처럼 취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청와대에 리더십 비서관이라는 직제는 왜 신설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 참모들이 입을 닫아버렸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는데도, 직언을 하는 게 아니라 ‘21세기를 앞서 사시는’ ‘대학 총장님 격 대통령’이라고 칭송을 했다. 자신들까지 나서서 국민과 국회와 언론에 대통령보다 더한 폭언도 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 언행을 시비하는 건 노무현 길들이기”라고 했다 한다.

    대통령과 참모가 모두 이러니 대통령 입에서 “성공한 대통령 포기했다” “국민 평가 포기했다”는 무서운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