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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학회와 관훈클럽이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한국 대통령 리더십 학술회의'에서 역대 대통령 지지도 1위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꼴찌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각각 '현실타파'와 '현실외면'이라는 이미지로 뚜렷이 대비돼 눈길을 끌었다.
"박정희는 60년대 현실문제인 가난을 타파하고 경제성장 실천"부산대 이철순 교수는 "선건설 후민주를 목표로 한 박 전 대통령은 지독한 현실주의자였다"며 "국가적으로 시급한 가난이란 문제를 파악하고 어느 것이 옳은 해법인지 항상 고민했던 대통령"이라고 박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실천할 수 없다. 어느 쪽을 먼저 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당시 한국의 현실과 같이 과도기 국가들은 선경제 후민주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박 대통령의 결단력은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박 전 대통령 시기엔 경제성장이 시대적 요구였고 따라서 경제성장은 박정희 개인의 노력만이 아닌 모두의 업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경제성장을 이룩한 게 사실이지만 리더와 국민이 다 같이 노력한 성과물이라면 리더에 가중치를 줘야 하는 것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현실문제 외면한 노무현, 통치전략도 애초부터 없어"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웠지만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노 대통령과 시민참여'라는 주제 발표를 맡은 안병진 창원대 교수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현실문제를 외면한 '토플러주의' '포퓰리즘'"라고 규정한 뒤 "현재 상황이나 민심을 외면한 토플러주의를 가진 그는 미래과제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연정, 개헌 등 몇 차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현실에서 고립을 자초했다. 또 기득권측과 대립각만을 세운 포퓰리즘은 자신의 미래 과제를 실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국가통치의 약화만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노 대통령은 통치전략 또한 놀라울 정도로 없었다"며 "미래 과제에만 집착하는 토플러주의를 채택한 노 대통령은 이를 실현하려면 통치전략이라도 견고해야 하는데 통치전략은 애초부터 없었다. 사전 준비부터 전략이 없으니 결국 국정의 혼란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노 대통령은 통치 체제의 일관성도 없었고 정책의 지속적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평가절하했다.
부산대 이 교수는 "노 정부는 '평화' '인권' '보편적가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현실은 외면하고 지나치게 명분론에 치우쳤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경희대 김 교수도 "나쁜 지휘관은 있지만 나쁜 군대는 없다. 리더십을 개인 자질에서만 갈구하다 보면 항상 국민은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을 보면 지도자의 감정관리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수 있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