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 4년 만에 처음으로 그의 연설이란 것을 시청하였다. 말하자면 연두교서에 해당하는 연설이니 어쨌던 그 만한 내용이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사실은 이번에도 즉흥연설이라고 하니 혹시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연설을 한다면 그 모양이 한번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천만다행일까? 그러나 여전히 그 한 시간은 낭비한 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대통령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시시콜콜한 숫자나 들먹이면서 자신의 실적이 이렇고 저렇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리더십이다. 말하자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변명 아닌 변명으로 일관했다. 사장에게 보고하는 부장의 업무태도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것도 주인의식이 없는 뜨내기 부장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민생파탄의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우리가 그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도 없다. 5년 단임 임기에서 책임을 묻는 방법은 없다. 안타깝지만 그냥 5년이 더 큰 재앙 없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책임을 질 방법도 없다. 나아가 그가 책임이 없다고 없는 것도 아니고 책임이 있다고 해서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국민의 그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난 상태다.

    뿐만 아니라 그는 경제에 관심을 가진 적도 없다. 노무현 정권에서 실세는 통일부와 보건복지부를 맡았을 뿐 경제는 ‘용병’을 썼을 뿐이다 (만약 부동산과 경제를 같은 의미로 쓴다면 그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통일부는 북괴가 지명하는 장관을 써야 했을 것이고 보건복지부는 아마 몇 백조가 되는 기금 관리가 중요하니 실세가 맡게 될 것이다. 유시민이 보건복지부를 맡고 조용한 것은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이 경제문제에 대해 책임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더구나 경제성장이 6-7%가 되지 못하고 겨우 4% 대에 머물렀다고 책임지라는 것도 아니다.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그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은 단순히 경제적 성과가 낮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민노총의 폭력시위에 대해 관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가가 투자의욕을 잃게 되었다. 또한 그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역사뒤집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훼손한 것, 개혁이란 용어 뒤에 숨어 사회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는 것, 평화니 통일이니 하면서 김정일의 핵개발 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였다는 것, 김정일을 지원한 결과 일본이 핵무장의 길로 들어설 명분을 주었다는 것, 주권 운운하면서 멀쩡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였다는 것, 국방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병력을 18만이나 감축하려고 한다는 것, 전교조가 반대한민국 수업을 진행하여도 전교조를 성역처럼 보호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지켜야 할 권위마저 지키지 못하여 대통령 자리를 국민의 웃음꺼리로 만들었다는 것 등등 무수히 많다.

    그이 연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그의 세계관이 무척 좁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만한 원대한 꿈과 원칙과 열정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괴와의 관계와 관련하며 대결적 자세보다 협력적 자세를 갖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하였지만, 김정일 군사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한국의 평화를 달성될 수 없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북괴가 반국가단체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라면 대한민국의 헌법에 따라 반국가단체에게 점령당한 북한을 어떻게 해방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제시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김정일과 협력하자고 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헌법적 의무를 배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한민족의 유일한 합법정부의 수반으로서의 사명도 저버린 배신행위다. 그는 이 발언 하나만으로도 탄핵을 받아 마땅하고 이 발언 하나만으로도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대통령 4년에 이런 중대한 국가적 문제를 제기할 줄도 해결방안을 제시할 줄도 모른다면 그는 지난 4년간 괜히 부지런히 부산만 떨었지 일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그는 열심히 뒤집고 헤집고 다녔을 뿐 대한민국을 한 발짝도 앞으로 전진시키지 못했다. 그가 1600억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이 3000억달러에 달했다고 자랑했지만 누구도 그 성과가 그의 공이라도 보지 않는다. 단지 이전의 산업화 정책의 결과 기업체의 자체적 역량으로 노무현 정권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를 올렸다고 보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아니었다면 성과는 그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느끼는 것은 그는 국민을 너무나 우습게 보고 있으며 오만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이 무섭다는 것, 국민이 하늘이란 진리를 아직도 터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마추어 기사가 프로 기사에게 훈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가도 했던가. 초등학생에게 현 시국에 대해 물어보라.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대학생에게 현 시국에 대해 물어보라. 역시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국민 누구에게나 물어보라. 일가견이 다 있을 것이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역시 나름대로 조리 있게 답할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에게 물어보라. 누구나 수긍하는 답이 나올 것이다. 대통령 4년이면 뭔가 지도자다운 면모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대통령이 자신의 논리에 함몰되어 더 큰 세상을 보지 못하고 대통령으로서 보여주어야 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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