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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주자들의 '불심잡기' 경쟁이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벌어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 등 여야 대선주자들은 17일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최 불기 2551년 신년하례 법회에 참석해 불심잡기에 공을 들였다.
신년법회에는 여야 대선주자 외에도 한나라당에서는 강재섭 대표, 박진 서울시당위원장, 유기준 나경원 대변인, 국회 정각회 회장인 이해봉 의원, 당 불자회 회장 이상배 의원, 박재완 정갑윤 이계진 정문헌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여권에서는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 열린당 윤원호 의원이, 민주노동당은 문성현 대표가 자리해 '대선의 해'임을 실감케했다. 또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등 불교 27개 종단대표 등 500여명의 사회 각계지도층 인사와 불자가 참석했다.
불교계에서도 대선이 있는 해인 만큼 이와 관련된 발언이 쏟아졌다.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은 "지난해에는 가진자와 없는자, 동쪽에 선자와 서편으로 가려는 자 등으로 갈라져 끝간 데를 모른다는 걱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휘몰아쳤다"며 "위정자는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백성에게 신뢰 받는 세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갈등의 골이 수미산 골짜기만큼이나 깊다"며 "올해는 대선이라는 대사를 치러야할 중대한 고비다. 갈등의 병을 치유하지 않고는 우리가 바라는 합당한 지도자를 뽑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법했다.
또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는 "지난 한해 우리는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혼돈의 한해를 보냈다"면서 "어느 해보다 국민의 올바른 지혜와 선택을 필요로 하는 정해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한해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온 국민의 의지를 모으는 일에 불교계가 앞장서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양균 정책실장이 대독한 축하메시지를 통해 "지금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 바짝 다가와 있다"며 "이르면 금년중 2만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개혁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며 "정치가 변화를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회에 이어 대웅전 옆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로비에서 열린 신년다과회에서는 불심을 잡으려는 여야 정치인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정동영 전 의장은 "포용과 통합의 정신이 더욱 필요한 한해"라며 "국민이 행복한 정해년이 되길 빈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마친 정 전 의장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천정배 의원은 "온 국민이 민생안정을 이루고, 희망갖고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한해가 되길 바란다"며 "정치도 국민에게 희망주고 신뢰받는 데 전력하겠다"고 말했다.
바싹 엎드린 여권 주자들에 비해 한나라당 주자들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를 전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올해는 동서 좌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분이 없는 커다란 대화합의 정신으로 나라가 하나될 수 있는 해가 돼야 한다"며 "통합하는 나라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 전 지사는 또 "올해는 600년만에 오는 황금돼지 해"라며 "황금돼지가 큰 복을 모든 분께 주길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이날 천안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교례회 참석으로 늦게 행사장에 도착한 이 전 시장은 "2007년은 대한민국을 크게 융성하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분열과 갈등은 모두 걷히고 하나 되는 좋은 한해가 될 것"이라고 기원했다. 이 전 시장은 불자들을 향해 "나라가 잘 되도록 기원해왔지만, 금년에는 더 많은 기도를 해달라"며 "나라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불교와 관련한 구설수에 수차례 오른 것과 관련해 이 전 시장측의 측근은 "이 전 시장은 종교적 편견없이 열려 있다"며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하다는 것이 이 전 시장의 평소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은 참석자들의 손에 끌려 기념촬영을 하고 인사를 나누는 등 '불심 공들이기'를 이어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충남도당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후 이 지역 일정을 소화하느라 신년법회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