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은 값비싼 공중파를 이용해 여러 가지 억지 말씀을 값싸게 했다”(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나라당의 평이다. 한나라당은 12일 기자회견이 개헌 논의 불씨를 살리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노 대통령이 벌이려는 싸움판에 결코 말려들지 않겠다”고 논의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당초 개헌과 관련된 일체의 TV토론이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던 당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라디오방송 인터뷰에는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하는 등 반대 논리 전파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또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노림수’ 측면이 강한 만큼 이를 계기로 당내에 정부여당의 정치공작에 대비하는 기구를 별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거듭 말하지만 노 대통령은 개헌을 할 적임자도 아니고 개헌을 할 시기도 아니다. 개헌 내용도 그런 식으로 돼선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대선 국면을 공정히 관리해야할 책무를 저버리고 다른 생각을 한다면 엄중히 대처하고 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기도 했던 장윤석 윤리위원장은 “노 대통령은 이미 헌법을 위반한 언행 때문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직무 정지를 당했던 대통령”이라며 “교칙 위반으로 정학당한 학생이며 사업 규칙을 위반해 영업정지를 당한 사업자다. 그런 만큼 매우 근신해야 할 입장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 책임제 국가에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며 헌법상 권한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고 해서 다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며 “음식 맛보듯이 이것 한번 먹어보고 실험하는 실험용 권한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권한에는 국민 생활 편의를 위해 가급적 많이 행사돼야 하는 권한이 있는 반면, 자제하고 억제해야 할 권한도 있다. 국민이 바라지 않는 내용과 방향으로 개헌발의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며 “개헌 문제에 관해 한번 더 헌법책을 읽어보고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에서 “개헌을 적극 지지한다던 여당조차 신중한 반응으로 돌아선 것도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국민적 반감 때문”이라며 “국민은 물론, 야당과 여당으로부터 외면받는 노 대통령의 개헌 주장은 대통령 자신과 일부 청와대 참모진만을 위한 잔치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유명한 배우가 깜짝쇼를 멋지게 하더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그 무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민생과 안보 등 국정에만 전념해 달라는 민심을 존중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 이정호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병준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이 각각 정진석 추기경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만나 개헌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을 지적한 뒤 “청와대 참모진이 총동원돼 국민에게 개헌 당위성을 직접 설득한다는 명분으로 동분서주한다”며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종교계 지도자들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는 개헌을 설득하려고 성당 사찰 등 종교기관을 찾는 것은 권력의 오만과 횡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