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8일 사설 <대선주자 ‘캠프 면면’도 밝히고 평가받아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선거 전초전이 가열되면서 주요 예비후보들의 캠프가 참모와 책사들로 붐비고 있다. 특보, 자문위원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후보의 선거 전략과 공약개발에 깊이 관여한다. 선거에서 이길 경우 정권의 뼈대를 이룰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각 캠프는 이들의 면면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후보는 물론이고 후보를 둘러싼 사람들의 성향과 역량까지도 알아야 유권자가 좀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핵심 참모그룹은 실체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국민은 막연히 ‘민주화 운동을 한 386 출신들’ 정도로만 알았다. 철지난 좌파이념과 우리사회의 주류에 대한 적개심으로 뭉쳐진 집단임을 충분히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오늘의 이념과잉과 분열, 혼란과 국정 파탄이다. 이번 대선에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주요 후보의 핵심 참모들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더러 알려진 경우도 있지만 대개 팬클럽 관계자들이거나 캠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영입한 명망가들이 대부분이다. 진짜 실세(實勢)들은 커튼 뒤에 숨어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외교·안보정책 자문단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도 크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신분을 속인 채 줄을 서기도 하고, 명색이 지식인이면서 당선 가능성만 보고 이 캠프, 저 캠프로 옮겨 다니기도 한다. 지난번 대선 때도 일부 지식인은 선거 막판에 노 후보 진영에 참여해 각료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대선 주자들의 얼굴만 드러나고 주자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안 보이는 이런 선거 양태가 투표일까지 이어진다면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여권(與圈)은 명분도 없는 ‘헤쳐모여’를 구상 중이고,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라는 정치드라마를 통해 ‘깜짝 후보’를 내놓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대선은 후보 개인 간 대결이 아니라 후보를 정점으로 한 예비 집권세력 간의 경쟁이 돼야 한다. 각 후보 진영은 국민 앞에 ‘이런 인물군(群)으로 국정을 꾸려 가겠다’고 밝히고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