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대통령감이 못 된다.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2006.9)
    "뒤에서 훈수 두는 일은 적극적으로 할 생각"(2006.11)
    "나라위해 더 많은 공부한 뒤 목소리 내고 싶다"(2006.12.5)
    "정치안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2006.12.20)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 잡아왔다…공주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2006.12.26)

    마땅한 후보가 없는 여권의 대선 대리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의 언론플레이가 노무현 대통령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정치적 발언을 툭 던져놓고 파문이 일면 곧 아니라는 발뺌을 하고, 이어 '난 가만있는데 언론이 조장한다'는 식의 원망을 되풀이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한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를 제치고 가장 유력한 여권주자로 꼽힐 정도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특히 정 전 총장의 "나는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 잦은 강변은 마치 여권주위에서 자신을 '대통령감'으로 추대해주기를 기대하는 정치테크닉으로까지 보는 시각도 많다. 정 전 총장은 지난 26일 재경공주향우회 송년모임에서도 "나는 분명 공주가 고향인 영원한 충청도 사람"이라며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왔다"고 말해 '지역감정 조장'논란을 불렀다.

    듣는이에 따라서는 '정치참여 선언'으로도 해석될 이날 발언에도 정 전 총장은 "전혀 아니다. 어떤 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 발언과 관련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총장은 '친분있는 기자들과 만나고 나면 하지도 않은 말을 기사화하면서 지나치게 앞서 보도한다'는 식의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정치권과 자주 만나는 것처럼 보도되지만 실제 만나는 사람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라는 정 전 총장의 말도 별로 신뢰를 주지 못한다. 실제 정 전 총장은 정치권과 연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 전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이래 수차례 입각제의를 받아왔으며, 2002년 대선과정에서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외곽에서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자문그룹으로 활동하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자신 외에도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 윤원배 숙명여대 교수, 그리고 정운찬 서울대 교수가 뒤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었다.

    정 전 총장은 대선이 끝나자 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새 행정수도에 서울대 제2캠퍼스를 설치할 수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또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양심선언을 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김근태 의원이 기소되자 정 전 총장은 타 대학총장들과 함께 "양심고백한 김 의원에 대한 기소처분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검찰총장에게 제출하는 등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고집'면에서도 노 대통령과 정 전 총장은 유사한 점이 있다. 정 전 총장은 2002년 당시 한명숙 여성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에 대해 "우 조교가 계약이 해지되자 앙심을 품고 한 일"이라는 발언을 해 여성계로부터 공개사과를 요구받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은 "(문제의 교수와) 한 아파트에 살아서 잘 안다"며 "사회적으로 매장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립대총장의 안이한 '성폭력 의식'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은 이후 억지 해명자리에서 나온 정 전 총장의 발언은 더욱 파장을 크게 만들었다. 해명 기자간담회자리에서 정 전 총장은 "해명하는 것을 싫어하고 해명할 것도 없지만 비서들이 오늘 (해명을) 안하면 여성계 쪽에서 들고 일어나 오래갈 것 같다고 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며 자신의 발언이 정당했음을 고집해 다시 여성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