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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앞서던 '당심(黨心)'에서도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에게 역전 당했다. 당내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에게 뒤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격차가 줄어드는 듯 했던 일반여론조사 역시 더 벌어진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각 언론사들이 신년초 보도할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연초 보도될 여론조사는 2007년 대선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높다. 11월부터 박 전 대표가 대권행보에 속도를 낸 것도 신년초 발표될 여론조사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대권시간표를 볼 때 신년초 여론조사와 설날(2월 18일)발표될 여론조사에서 기선을 제압해야 '해볼만한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박 전 대표가 처한 상황은 좋지않다. 박 전 대표를 물밑지원하는 의원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지지율을 물어보면 한숨부터 내쉰다. 직접 캠프에 개입하지 않고 외곽에서 지원하는 의원들은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답답해한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캠프에 대한 불만이 크다.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한 초선 의원에게 이유를 묻자 "캠프 구성원의 충성도가 강해서인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주변의 얘기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캠프를 설명하면서 "폐쇄적"이란 단어도 사용했다. 정책을 내놓는 방법과 박 전 대표의 일정조차도 체계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당장 25일 성탄절 일정을 예로 들었다. 이 전 시장은 기자간담회까지해 언론에 크게 실리는데 비해 박 전 대표는 아무런 행보를 하지 않아 언론노출을 못했고 이런 점에서부터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우리는 우리식 대로 간다'고 말하지만 이 의원은 "상대가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다. 이 의원에게 '밖에서 듣는 비판이 박 전 대표에게 전달이 잘 되느냐'고 묻자 "잘 안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며칠 뒤 만나기로 했다며 그때 얘기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그는 최근 지지율에 대해서도 "20%포인트까지 벌어졌더라구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심 마저도 이 전 시장이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그는 "당심도 민심으로 쏠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시장이 민심을 잘 파고드는 것 같다"며 신년초에 발표될 언론사 여론조사 역시 "(지금 조사와)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를 묻자 "이 전 시장이 민심이 원하는 문제를 정확히 짚고 잘 파고든다"며 "이 전 시장의 '경제' 이미지가 접목되면서 일반국민의 기대심리도 커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전 시장이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노무현 정부에 실망한 지지층이 이 전 시장으로 이동하는 점도 지지율 격차의 이유로 분석됐다. 이 의원은 "노 정권의 과실이 이 전 시장을 향한 기대감으로 바뀌는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이 말을 던지면 던질수록 이 전 시장에겐 플러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박 전 대표 측이 주장한 이 전 시장의 지지율 상승요인이다. '벌어진 지지율을 어떻게 좁힐 생각이냐'고 묻자 그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재차 묻자 "해봐야죠"라고 했다.
그러나 이마저 그렇게 쉽진 않을 것 같다는 게 문제다. 박 전 대표 측의 주장대로라면 지지율 격차가 다시 좁혀지기 위해서는 불안정한 여권이 안정을 되찾아 여권 후보가 가시화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자력'으로 지지율을 좁혀나가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한다. 따라서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의원들이 답답해하는 이유가 이 때문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