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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5일자 사설 '차라리 대통령 연설 전문을 방송하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끝없는 악순환을 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을 '폄하했다' '아니다'로 논란을 벌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주말인 23일에도 참모회의를 열어 고 전 총리에게 "사실을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고 나를 공격하니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고 전 총리가 "국민이 어떻게 들었는지가 중요하다"고 하자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어제 다시 "전달된 것보다 사실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이런 유치한 논쟁이나 벌이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한심하다. 그런 입씨름에 우리까지 끼어들어 어지러운 국민의 마음을 더 흔들어 놓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거르지 않고 쏟아낸 발언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는 데 대해서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언론을 핑계로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너무 비겁하다. 언론이 치고 빠지는 정치술수의 수단이 돼서도 안 된다.
청와대는 '뉴스거리를 부각시키려는 언론의 속성'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어제도 "보도가 그리 됐더라도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 보고" 말해야 한다며 "연설 원문도 여러 사이트에 실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연설 원문'은 어떤가. 고 전 총리와 관련해 "하여튼 실패한 인사다. 결과적으로 실패해 버린 인사지요"라고 한 말에서 단정적인 앞부분을 지워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인계철선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 가지고…'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가지고…' 등을 뺐다. 전직 국방부 장관들을 비난하는 대목에서도 "심심하면 사람한테 세금 내라 하고 불러다가 뺑뺑이 돌리고 훈련시키고 했는데…"를 '세금도 냈는데'로 바꿔 버렸다. 홈페이지에 순화한 글로 고쳐 놓는다고 이미 엎질러 놓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있는 것인가. 정말 잘못된 말이었다고 인정한다면 솔직히 사과하고 번복하라. 최소한 사실을 왜곡하지는 말라. 그래도 정히 언론을 탓하겠다면 '공영방송'에 전체 연설 내용을 내보내 국민이 직접 판단하도록 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