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3일자 사설 "노무현이 돌아왔다"입니다. 네티즌이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거친 막말을 쏟아내자 노사모가 “노무현이 돌아왔다”고 환호하고 있다. 노 대통령 본래의 모습, 본심이 드러났다는 환호다. 이 나라가 지난 4년간 비틀대며 걸어온 길도 노 대통령의 그 본심대로였다. 정상 궤도를 벗어난 노 대통령의 정책노선도 문제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치적 본심도 앞으로 1년 남은 대선 국면에서 어떤 예기치 못한 풍파를 낳을지 걱정이다.

    노 대통령은 고건 초대 총리를 스스로 기용해 놓고서도 “나만 왕따됐다”며 “실패해 버린 인사”라고 거침없이 깎아내렸다. 지금 10%에 불과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 전 총리 재임 시절 자신이 받았던 지지율의 몇 분의1밖에 안 되는 것이다. 과연 누가 실패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또 고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했을 때 자신을 대신해 국정을 이끌어 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너무나 야멸찬 공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2004년 3월 TV로 중계되는 가운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한 기업인을 “좋은 학교 나오고 성공한 분…”이라고 모욕했고, 그 기업인은 곧바로 자살했다. 이런 일이 있었으면 그다음부터 공개 석상에서 특정인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일을 삼가는 것이 인간사의 도리다. 그러나 그 충격적 사건조차 노 대통령에겐 아무런 교훈이 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또 “링컨처럼 김근태씨나 정동영씨를 내각에 기용한 포용 인사를 했는데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다”고 했다. 링컨은 자신을 “고릴라”라고 비난한 최대의 정적을 기용했다.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은 노 대통령과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했지만 기본적으로 노 대통령과 같은 편의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을 기용한 것을 포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통령 도량의 크기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본심 속엔 계산이 있을 것이다. 고건·김근태·정동영 세 사람은 대통령 머릿속에서 지워진 듯하다. 노 대통령은 지금 누군가를 대선 후보로 저울질하면서 키울 궁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걸 키우기 위해서 또 얼마나 무리를 할 것이며, 그때마다 나라와 국민의 허리가 얼마나 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