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기세가 대단하다. 이 전 시장은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실시된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 평균 38%를 훌쩍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잠재적 여권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를 떨쳐내고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40%를 넘어서며 2위권과 두배이상 격차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의 지지분포가 갖는 특징은 과거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의 한계를 넘어선다는데 있다. 먼저 이 전 시장은 대선의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온 40대에서 40% 이상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대학생이 뽑은 대통령감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이 전 시장이 노장년 중심이던 한나라당 지지층의 연령대를 확대하고있다는 의미다.

    또 이 전 시장은 수도권과 호남에서 강세를 나타낸다. 서울시장을 역임한 탓에 영남이미지를 어느 수준 희석했으며, 또 정치인보다 경영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해 한나라당의 구태정치와 직결되지않는 장점을 안고 있다. 한 방송사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인사로 최고수준인 호남에서 25%대 지지율을 나타냈다. 수도권에서는 40%대의 지지세를 꾸준히 잇고 있다. 경북 포항 출신인데다 현대그룹 시절 울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이 전 시장은 영남권에서도 초반 열세를 딛고 박 전 대표를 앞지르고 있다.

    이념적 위치에서도 이 전 시장은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다. '경제'라는 키워드 속에 자유시장경제원칙을 강조하며 국가정체성을 확실히 했다. "있는 사람들은 비싼 아파트에 살게 두고 세금을 많이 받으면 될 것이지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고 그는 주장했다. 대신 '젊은 부부에 대한 정부의 아파트 공급 의무' 주장, 서울시의 '버스교통시스템 정비' 등에서는 실용성과 합리성에 중점을 두면서 고집스러운 보수를 탈피한다.

    북핵문제가 터졌을 당시 이 전 시장은 "국민들에게 단 1%의 위험가능성이 있더라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며 현 정권의 안이한 대북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확고한 국가관을 표명하면서 동시에 해결능력을 강조했다. 북핵문제가 예측과 달리 이 전 시장의 지지율에 도움을 준 것은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 일간지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여당인사보다 더욱 진보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시장재임시 보여준 추진력과 개혁성을 '진보성향'으로 여론이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리서치 안충섭 대표는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강세는 15-20%에 달하는 중도성향이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혁을 요구하면서 한나라당 정서와는 맞지않는 이러한 중도층이 지난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지만, 지금은 이 전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여권에서 중도성향의 후보가 나오더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호남지역의 비교적 높은 지지에 대해 안 대표는 "이 전 시장은 수도이전문제를 제외하고는 정치투쟁을 하지 않아 호남권의 반감을 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5%까지 나온 결과는 의외"라면서 "그 절반인 10%대만 유지하더라도 대단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파죽지세의 상승기류를 타고 있지만, 이 전 시장 진영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현재의 고공행진이 하락세로 바뀔 경우 그 이후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너무 이른 '대세론'이 형성될 경우 과거 이회창 후보의 전철을 되밟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나온다. 또 여권에서 이미 시작된 지지율 1위에 대한 견제와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과거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면서도 "대세론에 안주하면 안된다"고 경계했다.

    아직 여권주자가 뚜렷이 부각되고 있지 않은 점도 이 전 시장의 현재 지지율이 거품일 수 있다는 지적을 불러온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여당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국민들이 과거처럼 정치이벤트에 속지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