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나? 4년전 대선일이자 2007년 대통령선거일이기도 한 12월 19일 한나라당은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의 자강운동 기구인 참정치운동본부는 이날 이런 질문에 해답을 찾아보자며 지난 대선 당시 당 대표였던 서청원 전 의원을 초청해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서 전 대표는 2002년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대선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권영세 의원도 이런 이유로 그를 토론회에 초청했다고 했다. 불법대선자금수수죄로 복역하고 풀려나 4년 만에 공식 행사에 참석한 서 전 대표는 할말이 많은 듯 했다. 발언 도중 "그냥 다 얘기해도 되죠"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도 될까요"라고 자주 물었다. 패배요인은 "백가지도 천가지도 넘는다"고 했다.

    서 전 대표가 분석한 지난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의 연대실패. 서 전 대표는 당시 JP와 연대를 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러 패배요인이 있었지만 충청표를 얻지 못한 점이 가장 뼈아픈 실책이란 게 서 전 대표의 설명이다. 청권의 상징인 JP와 연대를 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서 전 대표는 2002년 10월 하순 김 전 총재와의 연대를 위해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고 한다. 그는 "10월 하순, 딸집에서 김 총재를 모셔서 저녁을 먹었다"고 말했다. 당시 서 전 대표가 JP를 만나는 사실은 세 사람밖에 몰랐다고 한다. 이처럼 JP를 비밀리에 만나야 할 만큼 당시 당내에서 JP와의 연대에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고 한다. 서 전 대표도 "격렬하게 반대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반대하는 측에선 "충청도 50만표 얻으려다 젊은이들 100만표를 잃는다"는 논리를 주장했고 결국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는 구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 구도를 따라주지 않는 (후보의)일부 핵심측근들이 정말 문제였다"고 개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정몽준 의원과의 연대방안도 모색했었다고 서 전 대표는 공개했다. 당의 공식라인을 통한 접촉은 아니었다고 했다.

    서 전 대표는 "나는 정씨는 '손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사적으로는 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서 전 대표는 또 대선 이틀 전인 12월 17일 한나라당이 패할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지막 트렌드를 보니까 12월 17일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은 1.5%포인트 정도 차로 졌다. 우리는 패배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등은 '대선후보' 2등은 '총리후보'를 각각 맡도록 후보간 약속을 하라고 제안했다. 서 전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세 후보 모두 대단히 능력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렇게 하면 줄세우기도, 과열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전 대표는 이날 "잘못했다" "사죄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는 "전직 대표로 힘을 보태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 생각하고 앞으로 당이 잘 되도록 역할을 하겠다"며 정계복귀의 여운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