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대선이 딱 1년 남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가장 먼저 기억할 장면은 이회창 당시 후보의 아들병역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오마이뉴스, 김대업과의 지리한 진실공방 그리고 패배 후 당과 그의 눈물일 것이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5월경 거창한 소개와 함께 김대업을 등장시킨 오마이는 '김대업 주장 이슈화-민주당 공격-한나라당 반론-오마이 보완 및 재이슈화-김대업 재주장' 등 일련의 과정을 몇개월동안 수차례 반복하며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를 괴롭혔다. 오마이는 김대업에게 '쪽집게' '특별한 수사관' '병역비리 전문 민간수사관' '박노항의 천적' '병역비리와의 전쟁선포' 등 화려한 수식어를 붙여주며 그에 대한 신뢰도 높이기에 안간힘을 썼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오마이 보도에 근거한 정치공세에 열중했다.

    그러나 이미 밝혀졌듯이 김대업은 '병역비리 전문 수사관'이 아니라 병역면제를 미끼로 수차례 거액을 가로챈 병역비리사범이었으며, 97년말 병역브로커 행각을 벌이면서 스스로를 '병역비리를 조사하는 청와대 특명반원'이라고 사칭하기까지 했다. 2001년 김대업이 구속될 당시 한 언론매체는 군이 그를 병역수사 보조원으로 활용한 것을 두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고 표현했었다. 이러한 김대업이 불과 1년여만에 오마이를 통해 '병역비리를 척결하는 영웅'으로 부활하고, 곧바로 국가명운이 걸린 대선에 영향을 끼친 것을 당시 '시대탓'으로만 치부하고 잊을 일이 아닌 듯하다.

    노무현 정권말기 오마이는 또 다시 바빠졌다. 대선불법자금사건에 연루됐다 사면복권된 노 대통령 핵심측근인 안희정씨 인터뷰에 이어 18일에는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마이를 찾았다. 이씨는 "퇴임 후 사저에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며 노 대통령의 임기 후 역할을 강조했다. '배째 드리지요' 파문이 뜨거워진 지난 8월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오마이에 기고문을 보내 'SOS'를 타전하기도 했다. '병역비리와 신의 아들들'이라는 특별기획을 통해 2002년 대선을 '특별기획(?)'했던 오마이와 친노인사들이 열심히 만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에서 '김대업'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 중 한명이자 지지율 1위를 질주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여당의 공개적인 '네거티브 공격 선언'이 나온데 대한 반사작용이다. 한나라당은 "김대업 따라하기가 본격화했다"는 공식논평을 내놨으며, 뒤이어 강재섭 대표가 "김대업 같은 사람을 전부 모아 새로 시작해도 이번에는 결코 넘어가지 않는다"며 "정치공작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 당의 소중한 후보들을 온몸으로 보호하겠다"고 다짐했다. 강 대표는 "파렴치한 정치공작에 살이 떨린다"고까지 했다. 당사자인 이 전 시장도 "내년 선거는 '김대업식'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한나라당 인사들은 김대업에게는 치를 떨면서도 오마이는 벌써 잊어버린 듯하다. 한나라당의 한 대선주자는 오마이와 막걸리를 나누며 소위 '포장마차 토크'를 벌였다. 또 서울시장 경선에도 나섰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삼겹살에 소주를 나눠마시며 오마이와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오마이와 김대업에게 '대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악의가 의심된다'며 한나라당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직후, 당시 김무성 사무총장의 "오마이와 희희낙락하고 인터뷰 자주 하는 우리 의원들도 문제"라는 지적을 한나라당은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을 듯하다. '노빠매체의 마녀사냥'을 직접 겪은 전여옥 최고위원의 "오마이의 끄나풀 역할을 해주다시피 하는 정보 제공자인 한나라당 의원들도 있었다"며 "희한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말 그대로 경악했다"는 토로도 꼭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