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권자들은 현재 거론되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까. '이념'은 2007년 대선에서도 주요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유권자에게 비춰진 차기 대선주자들의 정치적 성향 역시 '선택'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현재 거론되는 여야 대선주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 눈길을 끈다. 

    내일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는 고건 김근태 박근혜 손학규 이명박 정동영 한명숙씨 등 차기 대선주자군 에 든 9명의 정치성향을 물었다. 유권자에게 '보수' '다소 보수적' '중도' '진보' '다소 진보적'이란 지표를 먼저 제시한 뒤 차기 대선주자 개개인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를 '보수-중도-진보'로 정리하자 특이한 결과가 도출됐다. 

    9명의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진보적'이란 평을 받은 인물은 다름 아닌 이 전 시장. 보수정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 전 시장은 여권의 고건, 김근태, 정동영, 한명숙씨 등 보다 더 진보적 인사로 평가받았다.

    응답자의 44.5%가 이 전 시장을 '진보적'이라고 답했다. 그를 '보수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7.2%에 불과했다. 특히 여권 후보 중 가장 '진보적'이란 평을 받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35.3%)보다도 높은 수치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반면 '가장 보수적'이란 응답은 박 전 대표가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의 53.3%가 박 전 대표를 보수적이라고 답했다.

    이 전 시장을 '진보적'이라 답한 층은 연령별로는 30대(46.9%)와 40대(47.9%), 지역별로는 서울(49.4%)에서 높았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절반 가까운 48.9%가 이 전 시장을 '진보'성향으로 분류했다. 박 전 대표에게 '보수적'이란 인상을 강하게 지닌 층은 연령별로는 30대(59.6%)와 40대(58.4%), 지역별로는 서울(65.8%)과 인천·경기(56.8%)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 신문은 이 전 시장이 '진보성향 정치인'으로 비춰지는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로 "청계천 복구 등으로 '추진력이 강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는 이 전 시장의 이미지가 '변화'와 '진보'의 개념을 혼돈하는 유권자 심리에 투영되면서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이 전 시장을 '차기 대통령감 1순위'로 여기는 유권자들이 '내가 선호하는 후보는 진보 성향이어야 한다'는 기대감을 가졌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 부터 사흘 간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전화면접 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에 신뢰수준은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