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昌)의 귀환’을 두고 한나라당이 들끓고 있다. 최구식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이회창 전 총재를 향해 ‘원균보다 못하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을 두고 16일에는 한나라당 '빅3'와 관련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나라당에서는 정계복귀에 이어 ‘대권출마설’까지 나오는 이 전 총재의 정치행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지만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내 역학구도와 맞물리면서 소속 의원들이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자제해 오는 상황이다. 이 전 총재의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주장해 온 홍문표 의원은 이날 “제 살을 깎아 먹는 파렴치한 발언”이라며 “100명이 넘는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를 꺼낸 것은 의도적이다. 최 의원 개인의 주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에 부담을 느끼는 당내 차기 대권주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홍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초선의원에다가 이 전 총재 대선 당시 그렇게 깊은 여러 가지 면면들을 모르는 위치였는데도 이 문제(정계복귀)를 꺼내서 중차대한 상황의 얘기가 나온 것은 분명히 어떤 의도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가발전일 수도 있고 지금 의심하는 대로 뒤에 전모가 있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해 긴급의총을 열었던 장소에서 이런 뚱딴지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은 바로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에서 외부에 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적이 있구나 그런 심정을 느낀다”고 최 의원 발언의 부적절함을 비난했다.

    이 전 총재를 가끔 만난다는 홍 의원은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가는 좌파적인 정권, 그리고 김대중씨의 지난 5년, 10년이 흘러왔는데 이것을 돌이킬 순 없고 다가오는 소위 ‘3기 좌파’는 막겠다는 것이 이 전 총재의 굳은 결심”이라며 “지금 ‘내가 무엇을 나오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3기 좌파를 막고 한나라당이 정권을 다시 잡아야 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그런(두 번의 대선패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 전 총재가) 보탬이 될 수도 있고 또 나중에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결정이 되면 도와줄 수도 있다”며 “지금은 일단 복귀를 해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길, 좌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그 후의 문제들은 전부 추측이고 예측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총재는 대선에) 두 번 도전해서 여러 가지 장·단점을 파악했을 것이고 대선 후보였기 때문에 말 못할 여러 가지 사정들을 보고 느꼈을 것”이라며 이 전 총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전 총재의 대권출마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이 전 총재가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상황이 오면 심정을 분명히 표현할 것으로 본다”며 “그때가 언제인지 그가 알 일이다. 국민들의 오해라든지 당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언젠가 말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깊이 논쟁하면 엉뚱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