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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3일 사설 '대선용 남북정상회담, 꿈도 꾸지 마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양쪽 정상에게 주어진 책임이자 과제며 언제나 살아 있는 현안”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달 말 “조건없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특사 파견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고 정동영 전 의장도 “대선 정국에 접어들기에 앞서 내년 3, 4월이 정상회담의 적기”라고 말했다.
지금 이 정권 사람들은 정상회담에 몸이 바싹 달아 있다. 정권 중반기까지만 해도 “북핵해결이 전제되지 않는 정상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더니 요즘은 정상들이 무조건 만나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 바뀌었다.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북한 핵이 별것 아니란 식의 얘기를 중계방송하듯 되풀이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한번만 만나달라고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에 5억달러를 건넸다. 북은 정권 초반 힘있는 남쪽 대통령과 만나는 데도 그 정도를 챙겼으니, 정권 말기 힘이 다 빠져버린 지금 대통령과의 회담 비용으론 그 몇 곱절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정권이 북핵 실험에도 아무런 추가 제재도 않고, 나아가 내년에 30개 대북 지원사업을 벌이겠다며 남북교류협력기금을 1조원이나 편성한 데서도 정상회담용 준비 냄새가 물씬하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정말 북한 핵을 없애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게서 존재를 인정받는 데 생사를 걸고 있는 김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을 상대로 핵에 관한 근본적인 협상을 할 가능성은 없다. 결국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 위원장은 “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생색을 내고, 이 정부가 그 말을 받아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양 선전하는 모양새로 진행되기 십상이다.
이미 우리 국민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한차례 교훈을 얻은 바 있다. 남쪽 정권은 정상회담 개최를 국회의원 총선거 3일 전에 발표했고, 북쪽 정권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거창한 공개 쇼를 한 다음에 뒤에선 핵폭탄을 만들었다.
이 정권은 정상회담으로 내년 대선의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거기 매달릴 게 뻔하다. 대선과 4800만 국민의 안위를 맞바꾸겠다는 생각을 분쇄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