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맘때가 되면 내 고향 여수, 오동도에는 동백꽃이 그 자취를 드러내 동백꽃의 붉은 기운이 남쪽에서부터 서서히 물들어간다.
     
    이렇게 내 고향 여수의 겨울은 찬바람을 맞으며 피어나는 동백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동백여행 하면 오동도가 가장 먼저 연상될 만큼 오동도의 동백은 참으로 유명하다. 간혹 눈이라도 오면 하얀 눈과 함께 어우러져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붉은 동백꽃은 그야말로 장관이어서 누구든지 동백꽃을 보고 있노라면 그 빨갛고 고운 꽃망울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없다.
     
    동백(冬栢)은 겨울에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10월부터 피기 시작해 다음해 4월까지 온 섬을 붉게 물들여 여타 지역에서 피는 춘백과는 다르며, 오동도의 코끼리바위, 거북바위등의 기암절벽과 후박나무, 신이대들과 자연스런 조화를 이뤄 보는 이의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동백은 여심화(女心花) 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온다. 예전에 오동도로 귀양 온 한쌍의 부부가 땅을 개간하고 고기잡이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는데 어느날 남편이 고기잡이를 나간 틈에 들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너무나 예뻤던 어부 아내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자 어부의 아내는 도둑의 손을 뿌리치고 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을 향해 정신없이 달렸다. 

    그러나 남편이 타고 있는 고기잡이 배는 보이지 않았고 얼른 뒤돌아보니까 도둑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부의 아내는 오로지 남편만을 생각하며 치마로 얼굴을 가린 채 낭떠러지 아래 푸른 바다로 몸을 던졌다. 집으로 돌아오던 어부가 오동도 동남쪽 앞바다에 이르자 아내의 시체가 떠있었다. 어부는 구슬프게 울며 오동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아내를 묻었다.
     
    몇 년 후 그 묘에서 여인의 절개를 나타내듯 시누대와 동백나무가 솟아올랐고 이후부터 오동도에는 오동나무 대신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었다고 하여 여심화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동백꽃은 꽃잎이 벚꽃처럼 날리지도 않고 장미처럼 시들지도 않는다. 마치 절개를 지키는 것처럼 꽃잎이 지기 전 통째로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동백꽃 떨어지는 것을 여인의 눈물과 비유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맘때가 되면 항상 오동도에서 열리는 동백꽃 축제를 보러 갔었는데 고향을 떠나와서인지 올겨울에는 유난히 더 윤기나는 진록색 잎 사이에 총총히 박혀있는 붉은 동백꽃이 참으로 보고 싶다. 그래서인지 올겨울에는 여수의 시원한 바닷바람이 향긋한 동백꽃 향기를 내가 살고 있는 춘천에까지 실어다 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