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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노무현 정부의 주도 세력인 386세대들이 저조한 경제 성장, 소득 격차 확대, 동맹관계 악화 등을 불러들여 나라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386세대 정치인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386세대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데는 능했지만 새 것을 건설하는 데는 서툴렀다. 이들은 나라를 운영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빨리 집권했다’고 했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10년 동안 함께 고생했던 (386) 참모들을 책임지고 계속 쓰겠다”고 했다. 386 참모들이 가슴에 담은 포부를 실현하는 데 대통령이 ‘도구’가 되겠다는 말도 했다. 지난 3년9개월 간 이 나라는 386 정치인들과 그들의 도구인 대통령의 정치 실험장이었다. 이 나라를 초보 운전자들이 운전해온 것이다.
386 정치인들은 ‘못 가진 자’를 구해내겠다며 시장과 경제법칙과 세계의 대세와 역사의 교훈과 투쟁해 왔다. ‘가진 자’의 지갑을 닫게 만들어 가진 자의 돈이 소비 과정을 통해 덜 가진 자들에게 흘러가는 것을 막았고, 기후와 풍토가 딴판인 이 땅에 이상한 나라의 노동 모델을 끌어들여 기업 의욕을 꺾어버렸다. 그 결과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은 이 나라는 3년 내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386 정치인들은 건국 60년 만에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뤄낸 대한민국의 역사에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들이 승리한 역사’라는 도장을 찍어 세계의 조롱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어제를 건설한 사람과 오늘을 담당하고 내일을 이끌어갈 세대 간에 불신의 벽을 높이 세웠다. 이 나라는 3년9개월 동안 뒤만 돌아보느라 앞날에 대한 꿈을 잃어버렸다.
386 정치인들은 1980년대 캠퍼스에서 읽은 얼치기 좌파 역사가의 코치대로 자주의 포장지로 감싼 반미를 국가 노선으로 밀고 나갔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사이는 동해만큼 벌어졌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힘센 동맹과 스스로 인연을 끊은 한국을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
가진 것이라곤 ‘싸움의 기술’밖에 없던 386들은 대한민국을 시장과 역사와 동맹과 싸우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나라를 거덜낸 386 정치 세대들이 지금 때 이르게 역사의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