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7일 사설 <“북(北)이 대가 치르게 하는 데 한국은 아무 일 안 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마이클 그린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이 14일 워싱턴포스트 회견에서 “한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대가를 치르게 하는 데 실제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의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한국은 제대로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북이 무얼 해도 북을 자극하지 않는 데만 급급해 한다는 날 선 비판이다.

    정부가 13일 유엔에 제출한 대북 제재 계획서에 대해서도 미국의 반응은 싸늘하다. 뉴욕타임스는 “미지근한 조치의 반복”이라고 논평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가벼운 제재와 상징적 조치의 조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우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맞느냐”는 냉소가 퍼지고 있다.

    그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북핵 청문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민주당 브랫 셔먼 의원은 “한국의 대북정책은 우리를 끊임없이 실망시키고 있다”고 했고, 헨리 하이드 국제관계위원장은 “9월 방미 때 단호한 대북 대응을 다짐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차기 국제위원장으로 내정된 민주당 톰 랜토스 의원은 남북한 어린이의 평균키가 10cm 이상 차이 나는 사실을 거론하며 “미시시피 강 서쪽과 동쪽 아이들의 키 차이가 그렇게 난다면 용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는 그는 “주민들은 굶주리는데 벤츠나 타고 다니는 북 지도부에 ‘개인적 고통’을 맛보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이 크게 바뀔 것이라며 좋아할 일이 아니다. 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당은 인권문제를 중시하며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로 뒤늦게나마 방침을 정한 것은 다행이다. 앞으로도 북의 인권문제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갖고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포용정책이라는 미망에 빠져, 줄 것 다주면서도 인권문제 하나 제기하지 못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핵이든 인권이든 이젠 행동을 통해 북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대북 제재 동참이 그 첫걸음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