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일 사설 <민노당, 북에 ‘충성서약’하러 평양 갔는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노동당 방북단은 평양 도착 첫날인 지난달 31일 김일성 생가 ‘만경대’를 방문했다. 방북단이 예고한 일정에 없던 일이다. 방북단은 다른 일정은 꼬박꼬박 서울에 전해 오면서도 만경대 간 것은 알리지 않았다. 민노당 대표와 국회의원 2명의 만경대 방문 사실은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이들의 모습을 방송하면서 드러났다.

    방북단은 지난달 30일 서울을 떠나며 “한반도 평화에 헌신하기 위해 북한에 간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강력히 반대하고 북한이 핵 무장을 해제하도록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래 놓곤 평양 땅을 밟자마자 “지금 한반도에선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준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성명부터 냈다. 방북단은 그것도 모자라 6·25전쟁을 일으켰고 핵개발을 시작한 김일성의 탄생지를 찾아간 것이다.

    민노당을 초청한 조선사회민주당은 북한 조선노동당의 들러리 정당으로 아무 힘도, 실체도 없는 정당이다. 민노당은 당 회의에서까지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데 (북한의) 일개 위성 정당과 친선교류나 해야겠느냐”는 반대 의견이 나왔는데도 “북핵도 의제로 삼겠다”며 방북을 결정했다. 그러나 방북단은 막상 핵문제에 대해선 1일 사민당과의 회담 제안문에서 “민노당은 핵실험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고 거론하는 시늉만 냈을 뿐이다.

    방북단은 오히려 제안문에서 “지금 한반도 위기는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미국이 위폐 등을 내세워 6자회담을 거부하고 한반도 주변에서 상시적 전쟁 훈련을 하는 것에 1차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발언측을 밝히지 않았다면 모두가 북한측 발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현직 간부 2명이 ‘386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정당의 지도부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판이다.

    ‘평양의 민노당’이 이러는 동안 ‘서울의 민노당’은 간첩단 수사책임자인 김승규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전직 사무총장은 당 홈페이지에 “미친 개(간첩단사건에 적용된 국가보안법)는 무지막지한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사람들이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며 국정원과 법무부 반대까지 깔아뭉개고 평양 가는 길을 터 준 장본인이 대한민국 통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