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일 사설 <‘핵우산 벗겠다’ 1년만에 다시 돌아선 정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톤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는 18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 앞서 가진 양국 합참의장 회의를 통해 북핵 대응을 위한 미국의 핵우산을 구체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이를 받아들여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에게 구체적인 핵우산 제공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정부는 1년 전 SCM에서 핵우산 용어 삭제를 요구했다가 “북한이 한반도에서 미국이 핵 억지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미국의 거부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은 그런 지 불과 1년 만에 180도 바뀐 제의를 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을 눈앞에 보면서도 미국의 핵우산을 벗겨내 달라고 자청해 놓고도 이 사실을 국민들에겐 철저히 숨기고 있었다.

    첫째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인사들이 핵우산이라는 표현을 수정하려 한 적은 있지만 핵우산 개념 자체를 없애거나 포기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측 인사들과 우리 외교통상부·국방부 관계자들은 한국이 핵우산 조항 삭제를 제의했다고 잇따라 밝혔다. 청와대는 사실 규명을 위한 국회의 국정조사를 스스로 요청해야 한다.

    둘째 정부 관계자들은 NSC ‘핵심 관계자’가 핵우산 삭제에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 NSC 의장은 정동영 통일부장관, 사무차장은 이종석 현 통일부장관이었다. 이들은 NSC 지휘부로서 핵우산 삭제 요청 과정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가.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언제 알아 어떻게 대응했고, 몰랐다면 이런 중대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배경은 무엇인가.

    셋째 정부 관계자들은 핵우산 삭제를 제의한 배경에 대해 “북한은 작년 SCM 직전인 9월 6자회담 성명에서 핵 포기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SCM 성명에 핵우산 표현이 들어가면 반발할 것을 우려했다”고 했다. 북한은 이미 작년 2월 핵 보유를 선언했다. 그런데도 북한의 말만 믿고 핵시설을 검증해 보지도 않은 채 우리측 안전장치인 핵우산을 걷어치울 생각부터 했다는 것인가.

    북한은 지난 수십년간 한반도에서 핵우산 제거를 비롯,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전시 작전통제권 공동행사 변경, 북방한계선(NLL) 재검토를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 대한민국을 군사적·정신적으로 무장해제시키려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이 북한의 요구는 이미 관철됐거나 진행 중이거나 정부가 꺼냈다가 국민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다시 집어넣은 상태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핵우산을 정부 스스로 국민 몰래 벗기려 했던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순간에도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안위를 계속 흔들어 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