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3일자 오피니언면 '횡설수설'란에 이 신문 육정수 논설위원이 쓴 '남민전 보상'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남민전(南民戰)은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의 약칭이다. 1979년 10·26사태 직전 우리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한 ‘베트콩식 자생적 공산주의’사건을 일으킨 지하조직이다. 이론적 틀을 제공한 시인 김남주(1994년 사망)는 지금도 좌경 지식인과 대학생 등에게 ‘저항시인’ ‘혁명시인’으로 추앙받는다. 그는 남민전 기관지 ‘민중의 소리’를 통해 공산주의 혁명전략을 전파한 ‘투사’로서, 광주 망월동에 묻혔다. “시(詩)는 혁명을 준비하는 문학적 수단, 시인은 전사(戰士)여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낫 놓고 ㄱ(기역)자도 모른다고/ 주인이 종을 깔보자/종이 주인의 모가지를 베어버리더라/바로 그 낫으로.’ 그의 시 ‘낫’은 계급투쟁을 부추겼다. 남민전은 이 사회를 특권층 재벌 자본가 중산층 서민층 농민 실업자 등 일곱 계층으로 나눠 중산층 이상을 ‘민중의 적’, 자신들은 ‘민중의 전위대’로 규정했다. 민중봉기 유발→인민해방군 결성→사회주의 혁명성취가 기본 전략이었고, 도시게릴라 활동을 수단으로 삼았다. 검거된 관련자는 84명.

    ▷대법원은 남민전을 ‘반국가단체’로 확정 판결했다. 관련자에게는 사형 무기징역 징역 15년 등 중형을 내렸다. 그러나 올 3월 이후 42명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고 ‘명예’가 회복됐다. 나아가 핵심 관련자를 포함한 3명은 이번에 5000만 원씩의 보상금도 탔다. 그렇다면 ‘남민전은 북한을 찬양하며 북과의 연계를 시도한 반국가단체’로 다시 결론내린 경찰청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지난주 발표는 뭔가. 어안이 벙벙하다.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 등 재벌과 고위 공직자 집에서 금은보석을 털고, 예비군훈련장에서 총기를 훔쳐낸 그들이다. 민주화운동 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암울했던 폭압적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니, 일제(日帝)에 항거한 안중근 의사의 반열에라도 올리려는 것인가. 공산주의 신념과 이적(利敵)활동에 대해 보상할 정도면 국가보안법은 이미 죽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