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 분위기를 타고 총파업을 주도했던 노조 간부들이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을 창립한다. 이를 통해 이들은 과격한 투쟁을 견제하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새로운 노동운동에 나선다. 권용목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상임 대표는 강성 노동운동을 벌이다가 4차례 투옥됐고, 1995년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맡은 인물이다. 주사파가 침투한 노동계에 환멸을 느끼고 1996년 현장을 떠났던 그가 10년 만에 뉴라이트 노동운동에 뛰어든 것은 노사 대립의 전투적 조합주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권 대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노동운동에 주체사상이 침투했고 지금도 NL(민족해방)과 PD(민중주의)의 이념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증언한다. 폭력적이고 반(反)기업적인 노동운동의 뿌리를 알게 해 주는 얘기다. 1980년대 한때 대학과 노동계엔 좌파적 운동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정치 민주화가 이뤄지고 동유럽과 소련의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된 뒤에도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극좌파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시대착오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노사관계는 60여 평가대상국 가운데 4년 연속 꼴찌다. 해외 투자설명회에 참여해 온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을 투자대상 1순위로 보면서도 노사관계 때문에 중국과 대만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노조의 강성 투쟁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해외로 옮겨 가고 국내에선 일자리가 줄어든다.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이 창립 선언문에서 ‘실업의 악순환이 만연한 현실 앞에서 국민의 외면으로 구시대의 노동운동은 막을 내렸다’고 선언한 것은 민심과 시대의 요구를 바로 읽은 것이다. 민주노총의 전투적 조합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순수 노동운동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