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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헤쳐모일 때"라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의 발언이 잠복됐던 당내 보-혁 갈등을 촉발시켰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13일 뉴데일리와 만나 "(박근혜든 이명박이든)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지도력을 발휘해 한나라당을 깬 뒤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후 연이어 다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열린우리당에 우파와 좌파가 섞여 있듯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라며 "정체성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헤쳐모일 때"라는 발언을 던졌다.
외연확대를 위해 당이 개혁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당내 소장파에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체성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자는 김 의원의 발언을 자신들을 향해 '당을 떠나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김 의원과 소장파와는 감정의 골이 깊다. 각각 친박-반박으로 나뉘며 매 사안 마다 또 대표 경선이나 원내대표 경선, 시·도당위원장 경선까지 매번 당내 선거 때마다 양측은 반대편에서 대립해왔다.
14일 뉴데일리와 만난 새정치수요모임 소속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대선 후보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의 측근이 정계개편을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다른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 발언이 (소장파)다수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진수희 의원은 15일 당 홈페이지를 통해 "한나라당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국민에게 당내 대선 주자간 권력투쟁과 내부분열의 산물로 비춰질 것"이라며 김 의원의 발언을 공개 비판했다.
원희룡 의원도 이날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여당이 '외부선장론' 운운하며 연기를 피워올려 분란을 일으키려는 상황에서 김 의원의 발언은 여당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원 의원은 "특정세력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진 사람이 그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건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의 지지 폭을 넓히기는커녕 대세론에 안주해 보수끼리 뭉치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통합 철학과 집권전략이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개혁적인 부분은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국민의 지탄을 받는 수구적인 부분은 반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신 보수정당 창당을 역설한 김 의원의 발언을 반박했다.그는 이어 "이견이 있으면 서로 토론을 통해 융합하며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지 특정 지역과 한쪽으로 쏠린 이념만 주장해서는 스스로를 위축시킬 뿐이고 내년 대선에서도 패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중진 의원도 김 의원의 발언을 '소장파 축출'로 해석했다. 이 의원은 "결국 소장파가 싫어서 나가라는 것 아니겠느냐. 대선후보 선출한 뒤엔 외연확대를 해야 하는데 보수끼리 뭉치자고 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