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을 제일 잘 알아보는 게 경찰인데, 무장강도가 들어왔다.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

    전직 경찰총수 26명이 11일 ‘비상시국선언’을 통해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추진에 반대하고 나선 것과 관련, 김효은 전 경찰청장이 한숨을 내쉬며 던진 말이다. 김 전 청장은 경찰총수들의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반대 서명을 이끌어내는 데 실무 역할을 맡는 등 사실상 이번 ‘비상시국선언’을 주도해 왔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 중단촉구 '범국민서명운동본부' 결성 모임에 참석하고 나온 김 전 청장을 만났다. 

    김 전 청장은 정부의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우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김 전 청장은 “도둑을 제일 잘 알아보는 게 경찰인데…”라면서 또 한숨을 내쉬더니 “무장강도가 들어왔는데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않겠느냐”면서 전직 경찰총수들이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반대에 나선 배경에 대한 말문을 열었다.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던지 얼굴을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김 전 청장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우리 경찰 출신들이,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사회분배정책, 노동정책 이런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은 있었지만 한번이라도 우리 뜻을 이렇게 발표한 적이 있었느냐”고 ‘하소연’(?)하면서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국방이다. 국방이 있어야 치안이 있다”면서 “국방이 무너지면 그 다음에 치안이고 뭐고가 다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내 “치안이고 뭐고 다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흥분된 목소리로 울컥했다. 김 전 청장은 “완전한 치안은 완전한 국방이 전제돼야 한다”며 “국방 다음에 치안이 있는 것인데, 그게 지금 다 무너지게 됐다”고 개탄했다.

    김 전 청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작통권 환수’를 놓고 ‘주권’ ‘자주국방’ 이런 말을 하는데, 좋은 말로는 비단을 쌓지만 실제로 안을 들여다 보면 한미연합사 해체, 미군 철수, 적화의 길을 열어주려는 것 아니냐”면서 “나라가 망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또 전직 경찰총수들의 입장 발표 등으로 현직 경찰의 입장이 난처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찰이 대통령 정책을 반대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 우리는 양심적으로 한다지만 현직은 국가의 기강을 지키는 조직이기 때문에 내놓고 할 수 없다”면서도 “많은 후배 현직 경찰들도 (정부의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에)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도 우리와 뭐가 다르겠느냐”고도 했다. 김 전 청장은 “일부 전직 간부들 사이에서는 전국 경찰관을 다 포함해 몇만명 정도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반대 서명을 받자는 의견도 나왔었다”고 소개했다.

    경찰총수들의 지난 11일 시국선언 이후 구체적으로 준비된 행동은 없다고 밝힌 김 전 청장은 하루속히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입장을 내보이면서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은 전 청장은 = 36년생, 61년 중앙대 법학과 졸, 76년 경북 영양경찰서장, 89년 대통령 치안비서관, 91년 경찰청 차장, 92년 서울지방경찰청장, 93년 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