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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파문'을 두고 팽팽히 진행되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힘겨루기에 균형이 점차 깨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야3당이 '전효숙 파문'의 1차책임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야3당은 노 대통령의 사과를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이로 인해 균형을 이루던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힘겨루기는 한나라당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다.
여기에다 그동안 가려졌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임명절차상 위법성이 새롭게 드러나고 여론도 전 후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한나라당 주장에 좀더 설득력이 실렸다. 한나라당도 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듯 점차 공세수위를 높였고 그 목소리도 커졌다.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 참석한 김형오 원내대표와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평소보다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하루사이에 자신감도 충족된 모습이었다. 회의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기는 당직자들의 발걸음도 전날보다 가벼워 보였다. 마이크를 잡은 김 원내대표는 먼저 '전효숙 파문'에 대한 야3당 원내대표 회담 결과를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어제(11일) 야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전효숙 파동에 합의를 했다. 1차적 책임은 노 대통령에 있고 국회의장도 책임이 있어 사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야3당 회담 결과에 동조한 뒤 "이는 한나라당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며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그는 "그러나 전효숙 파동은 단순히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전효숙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사과의 참뜻이 담길 것이다. 전 후보자도 노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위반에 정치적으로 동조한 책임이 있고 이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만한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바로잡지 않고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임기 6년을 보장받으려고 재판관직을 내놓은 책임이 있다"며 "스스로 사퇴해 헌법재판소의 위상과 법률가의 양심을 회복하는 명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당시 전 후보자의 신분이 민간인이 아닌 헌법재판관 신분이었다는 언론보도를 거론하며 공세수위를 더 높였다. 전 후보자를 둘러싼 국회파행의 핵심은 전 후보자가 민간인 신분이었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을 임명한다는 헌법재판소법에 반한다는 것. 이로 인해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 인사청문회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당시 신분이 민간인이 아닌 헌법재판관 신분이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전 후보자의 임기문제로 확전됐다. 6년 임기를 보장하려고 전 후보자를 재판관직에서 사퇴하게 하는 '편법'을 사용했지만 정작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는 민간인이 아닌 재판관 신분이었기 때문에 전 후보자는 6년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아니라 잔여임기(3년)만 채우는 헌재소장 후보자가 된다는 지적이다.
전 정책위의장은 이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처음부터 부적격한 대상자를 놓고 청문회를 한 데 대해 한나라당과 국회에도 책임이 있다"며 자성한 뒤 "그러나 그 책임이 그의 하자를 치유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8월 22일 전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지위를 가진 채 국회에 임명동의요청이 넘어왔다. 그런데 8월 25일 3년 임기를 6년으로 늘이고자 재판관직을 사퇴했고 이를 청와대가 수리했다"며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것인데도 전 후보자는 국회임명동의요청 후 재판관직을 스스로 사퇴했고 이것은 임명신청자체를 자진철회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그렇기에 더 이상의 헌재소장 임명동의 절차는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 김정훈 의원은 이날도 '전효숙 파문'의 핵심이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에 대한 국회법사위원회 인사청문을 거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그는 "14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한 뒤 "직권상정은 헌재소장 자격을 갖추지 않은 위법한 상정으로 의장직권으로 강행하면 이는 직권상정이 아닌 헌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 직권상정을 강행한다면 법적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