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 처리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감정대립이 격화됐다.

    열린당은 엇박자를 내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행보를 비꼬았다. 김근태 당의장은 11일 당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헌재소장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오락가락 행보를 손꼽아보니 며칠만에 9번이나 입장을 바꿨던데 해도 너무했다. 아무리 야당이라지만 헌재소장이 공석이 되건 말건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나오는 한나라당은 참으로 대안정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정당"이라고 화풀이를 했다.

    열린당은 이날 '한나라당의 갈팡질팡 행보와 혼란상'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전효숙 임명동의안'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바다이야기' '지방세법 개정안' 등을 두고 그동안 한나라당이 나타낸 입장 변화를 공개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근의 양상을 보면 한나라당 대표가 조순형 의원인지 다른 사람인지 아리송하다"고 비아냥댔다.

    그러자 한나라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오후 "헌재소장 임명과 관련한 열린당의 태도가 도를 지나친 것 같아 다시 내려왔다"며 맞공세를 펼쳤다. 나 대변인은 "점잖은 김근태 의장까지 나서서 한나라당을 비난하더라"며 "한나라당이 입장을 9번이나 번복했다고 하는데 상황을 지나치게 곡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오락가락' 지적에 "당론을 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다소의 진통이었다"고 해명한 뒤 "민주 정당에서 그만한 내부토론도 없이 일사천리로 당론을 정해야 하는지 오히려 묻고싶다"며 "열린당은 FTA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로 달려가는 당내 의원들 단속하는 데 더 신경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갈지자 걸음을 하고 있다"는 우상호 대변인의 비판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1자걸음으로 똑바로 제 길을 걸어왔고 결코 갈지자 걸음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뒤 "소학에 이르기를 '견선종지 지과필개(見善從之 知過必改)'라고 했다. 좋은 것을 보면 따르고 잘못된 것은 고치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초지일관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또 "대권 전략 운운하는 것도 생트집에 불과하다"며 "헌재소장 임명동의안과 대권전략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안으로 변변한 대선후보 하나 없으니 시샘할 만도 하다"고 비꼰 뒤 "그러나 말은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동대문 가서 할 말을 남대문 가서 해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