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4일 사설 <민주화심의위(委)가 '좌경 폭력'의 세탁소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격동의 현대사에서 민주화의 분수령(分水嶺)이 된 시기는 6월 민주항쟁과 6·29민주화 선언이 있었던 1987년이다. 이를 계기로 권위주의 통치가 끝나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에 가까워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심의위)는 김영삼 정부에 대해서조차 권위주의적 통치의 연장으로 보는 극단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화심의위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5월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화염병을 던져 유죄가 확정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회원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된 일개 위원회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무효화함으로써 최고사법권을 넘보는 격이다. 한총련은 대법원이 규정한 이적(利敵)단체다.

    사법부가 독립성을 잃고 권위주의 정권에 휘둘렸던 시절엔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 시기에 유죄 판결을 받은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법률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사법권 독립이 제도적 실질적으로 확립된 이후에 나온 판결까지 무시하는 민주화심의위의 결정은 용납할 수 없는 사법권 침해다.

    대법원은 1996년부터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받들었던 ‘자주대오’라는 조직을 이적단체로 판결했지만 민주화심의위는 이 사건 관련자 11명을 민주화 인사로 인정했다. 이쯤 되면 민주화심의위가 규정하는 민주는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주의와 다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 ‘자주대오’ 가담자들이 신봉하는 북의 인민민주주의를 민주화심의위원들도 동조하는 것인가.

    균형감각을 갖춘 편인 위원들이 심의위의 좌(左)편향 결정에 반발해 줄줄이 사퇴하면서 더욱 편향적인 분위기가 이 위원회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코드만 같으면 법원의 이적단체 판결도 무시해 버리는 분위기라고 하니 걱정스럽다. 민주화심의위가 민주화 이후에도 좌경폭력혁명 노선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범죄 경력을 지워 주는 세탁소로 전락한다면 국민이 그냥 두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