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던 열린우리당 내에서 재개정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민심을 수습하고 총체적 난국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민생법안의 처리가 시급한 만큼 사학법 처리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자는 주장이다. 이런 목소리는 당내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열린당 지지층에서도 절반 이상이 사학법 재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당내 강경․개혁 진영의 반발이 사학법 재개정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될 전망이다. ·

    임시 당의장을 지낸 3선 중진인 유재건 의원은 지난달 31일 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 서경석 목사 등)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작년 말 통과된 개정사학법은 위헌 소지가 많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사학법 재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 의원은 “개정사학법을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한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 등 네 가지 정도는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사학 건학이념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개정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제는 손질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당내 재개정 반대론자들은 사학법 재개정이 ‘정체성’ 문제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그 법 하나에 매달려 다른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중요한 정체성 법안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공개적인 사학법 재개정 언급은 이미 지난 7월 22일 안영근 의원이 한차례 거론했었지만, 근래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의 양보를 주문하면서 민생․개혁법안 처리 등 포괄적인 국정운영을 강조하고 나선 직후 나왔다는 점과, 임시 당의장을 지낸 중진 의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여권 내부에서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김혁규 전 최고위원도 노 대통령의 언급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달 25일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당이 먼저 결단하고 양보한다면 여당의 진정한 책무인 민생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스스로도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라면서 사학법 재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또 “당의 입장이나 체면은 국민 지지로 확보되는 것이지 ‘법안 절대 수정 불가’라는 ‘완고한 원칙’으로 지켜지지는 않는다”면서 당내 강경․개혁 진영을 겨냥하기도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어 “김근태 의장의 뉴딜도 민심 속으로 들어가려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이듯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학법에 대한 전향적 처리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진․핵심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최근 여론도 ‘사학법 재개정 필요’ 쪽으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63.5%가 ‘사학의 자율권 침해 등 개정 사학법이 문제가 많으므로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사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잘 처리된 법이므로 재개정은 불필요하다‘는 대답은 20.5%)으로 나타났다. 특히 열린당 지지층에서도 재개정 필요성에 57.8%(’불필요‘는 33.8%)가 공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당 지도부는 기존 당론에 변화가 없다는 모습이지만 향후 이런 분위기가 어떻게 반영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