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4일자 사설 <야당 대선주자 ‘작통권’에 기회주의적 처신 안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조선일보는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지금 시점에서 시한을 정해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작통권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금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정부 입장을 지지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은 “작통권 단독행사는 시기상조며, 다음 정권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같은 입장을 보였다. 고건 전 총리는 “작통권 단독행사 원칙은 찬성하나 시한을 정해서 하는 방식은 반대하며, 문제가 있다면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독일에 머물고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통령당의 김 의장 찬성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머지 네 명의 대선주자가 이 정권이 작통권 단독행사를 밀어붙이는 데 반대하며 대통령이 된다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면서도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은 부자연스럽다. 작통권 문제로 전 국방장관들과 창군원로들이 반대 집회를 잇달아 열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각군 예비역 장교단이 자발적으로 성명을 낼 정도로 사회가 두 쪽이 나고 있는데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면 야당 대선주자들의 상황 인식 및 판단 능력에 중대 결함이 있다는 말이다.

    오는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작통권 단독행사 로드맵이 합의되고 나면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유사시 66만명 규모, 1300조원 가치의 미군 증원계획을 담은 ‘작전계획 5027’도 함께 휴지가 된다. 한·미 간의 작통권 문제 합의는 이에 따른 예산배정, 군의 편성과 배치, 기지 재조정 등 세부사항의 후속 조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이를 다시 꺼내 재협상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미국은 세계 차원의 미군 재편성, 재배치 작업을 한창 추진 중이어서 주한미군의 한국 방위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는 참이다. 그래서 이 정부가 작통권 문제를 난데없이 주권과 자주문제에 결부시키면서 작통권을 미군이 빼앗아간 것처럼 대국민 정치시위를 벌이자 미국은 기회는 이때란 듯이 작통권 단독행사를 2012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빨리 내줄 터이니 2009년에 가져가라고 나선 것이다.

    작통권 문제는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사항이다. 다음 대통령은 싫든 좋든 임기 중에 작통권 문제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 더구나 현 정권을 대신해서 집권하겠다는 야당의 대선주자들은 작통권 단독행사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사리가 이런데도 야권 대선주자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는 것은 이 정권과 그 지지세력에게서 ‘반자주’라는 돌팔매를 맞게 될까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야권 후보에게 누가 표를 주겠는가. 국민을 바보로 알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