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4일 사설 '적자 뻔한 호남고속철 왜 강행하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가 24일 논란의 대상인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2015년에 광주까지, 2017년에는 목포까지 고속철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으로 약속한 정차역도 추가됐다.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난 대규모 국책사업을 또 벌이기로 한 것이다.

    호남고속철은 누가 봐도 정치적 계산에 의해 추진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호남고속철은) 경제성만 따질 일이 아니다"라며 호남고속철이 경제성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추진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무려 10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들여 적자가 뻔한 정치적 선심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정부는 적자 누적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철도공사에 앞으로 5년간 매년 2000억원씩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내용의 경영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한쪽에선 적자를 메운다며 국민세금을 털어넣고, 다른 쪽에선 대규모 적자사업을 새로 벌이겠다는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철도공사는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대대적인 경영 쇄신이 없으면 2025년에는 빚이 25조원으로 늘어난다는 진단을 받은 터다. 이 판에 새로운 적자요인인 호남고속철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방만을 넘어, 국가 경영의 방기(放棄)나 다름없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호남지역을 배려하자는 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성과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보자는 얘기다. 그동안 새만금 사업이나 지방공항 등 막대한 국고자금을 쓸어넣은 국책사업이 불러온 국가적 혼란과 재정의 낭비를 잊었는가. 지역개발을 한다고 국민 세금을 아무 곳에나 함부로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정치논리에 의해 추진된 무책임한 국책사업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호남고속철 건설계획을 유보하고, 추진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호남지역 주민들도 허울뿐인 고속철의 환상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같은 돈으로 지역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