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에 출석한 KBS 정연주 사장의 답변태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정 사장은 이날 2005회계연도 한국방송공사 결산승인을 위해 국회에 출석했다. 노무현 정권의 '코드인사'와 편파성을 이유로 한나라당과 KBS노조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고있는 정 사장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까지 가세, 이날 문광위에서는 정 사장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거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미 임기가 끝나고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의 연임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정 사장을 향해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표명 요구에 "답변할 입장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정 사장의 답변태도가 문제가 됐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의 부당한 압력 의혹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KBS노조의 정 사장 연임 반대 주장을 인용해 "4600명의 KBS노조가 정연주 사장의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사장은 "4600명이 다 하는 게 아니고 집행부에서 하고있다"고 답했다. 

    이에 장 의원은 "투표에서 72%가 연임에 반대했다. 지금 정 사장은 후임자가 선임되기까지 공백을 우려하고 있는데 오히려 KBS는 정 사장이 있어 업무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차라리 정 사장이 사퇴를 하는 것이 더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정 사장은 "그건 의원님 생각이고 제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또 정 사장에 대한 KBS노조의 평가보고서를 인용 "정 사장은 공영방송의 철학이 없고 팀제를 과감히 채택했지만 부작용이 생겨 조직갈등을 조장했고 지역방송 활성화에 실패했다. 프로그램 개혁의 한계를 노출했고 수신료 문제도 정 사장은 실패했다"고 지적한 뒤 "정권에서 대통령이 (정 사장의)연임을 원하는 지 모르지만 KBS구성원들은 정 사장은 연임해선 안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임명권자의 결정을 기다리는 게 온당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정 사장은 "노조의 여론조사 결과를 얘기하실 때 좋은 점수를 받은 데 대해 얘기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자율성 확대,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높아진 부분은 점수를 잘 받았다.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 이상의 경영능력은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충환 의원은 "KBS방송의 편파성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며 정 사장을 코너로 몰았다. 그러자 정 사장은 "밖에서 비판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맞받아 쳤고 김 의원은 "비판은 귀담아 듣지 않느냐"며 꾸짖기도 했다.

    정종복 의원도 프로그램 제작 과정의 부당한 압력 의혹에 대해 질의하며 정 사장을 비판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질문에 정 사장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자꾸 모른다고만 말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정 사장은 "정확히 말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정 사장은 정 의원이 "정 사장님은 독단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건 의원님 생각이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SBS가 올림픽 중계권과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한 대해 KBS가 열흘 간 SBS를 비난하는 방송을 방영한 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 의원은 "KBS 9시 뉴스는 3일 부터 10일간 '국익눈감은 SBS' 등 SBS를 맹비난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혹시 뉴스를 내보내면서 좀 부끄럽다거나 맘에 꺼림칙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사장은 "제가 내보낸 게 아니고 보도본부에서 내보낸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손 의원은 "그럼 사장님이 직접 뉴스 하느냐.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정말 그런 식으로 답변할거에요"라며 격앙했다. 손 의원은 다시 "부끄럽지 않았냐"고 따졌다. 그러자 정 사장은 "이번 사안은 간단치 않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부끄럽지 않았다"고 답했다.

    손 의원은 이어 방송3사간 신사협정인 '코리아 풀(KOREA POOL)'을 거론하며 "KBS가 코리아 풀을 깬 적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사장은 "결과적으로 있다"고 답했고 손 의원은 "결과적으로 깨는 건 부끄럽지 않고 의도적으로 깬 건 부끄러운 거냐.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따졌다. 8분간 주어진 질의응답시간이 끝나 위원장이 손 의원의 질의를 제지하자 손 의원은 "정연주 사장이 유능해 의원 말을 치고들어온다"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