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부의 ‘국론분열’적 정국운영과 이에 따른 민심 이반의 가속화, 그리고 진보진영의 이념적 약세 흐름 등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사회적 보수화 움직임이 강한 탄력을 받고 있는 것과 더불어 이런 시류를 교묘히 이용하려는 적절치 못한 일단의 세력들의 움직임도 일고 있어 이에 대한 보수진영 내부에서 조심스러운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보수진영 내부에서의 이런 우려는, ‘5공 전두환 정권의 실세'중 한 사람인 전 통일부 장관 허문도씨의 광고 글(광고주체 '서둔상록사')이 11일 한 일간지에 게재되면서 당장 현실로 나타났다. '대책없는 위험한 정권, 1년 반은 너무 길다'라는 제목의 이 광고 글은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와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추진 문제 등 현 정부의 안보의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참여정부의 안일한 안보의식을 우려하는 허씨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왜, 허씨가 그런 말을 하느냐. 도대체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는 우려다. 

    당장 대표적 사회 신보수운동의 선두자인 뉴라이트 진영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허씨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하수인"이라면서 “과거 안보독재로 비난받은 사람이 현재의 안보공황 위기를 틈타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좌편향 이념성을 바로잡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무 나서는 것보다 뒤에 있는 것이 좋다"면서 분명한 선을 긋고 나섰다. 

    제 교수는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아야 하듯 새로운 건전한 뉴라이트적인 가치관을 열어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며 일반 국민들에게 자칫 뉴라이트적 가치관의 부정적 시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면서 경계했다. 제 교수는 그러면서 “우파의 결집이라든지 선진화된 한국을 건설하는데 있어 한편으로는 아쉬운 상황에서 전술적인 면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사람들은 자숙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과연 그 양반이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차후의 논란의 여지로 삼되, 그런 사람들까지도 나서서 (노 정부를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여론이나 민심의 흐름을 표출했다는 측면 아니냐”고 말했다. 허씨의 자격 여부 논란이 있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허씨같은 사람까지 나서서 참여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것 자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어 “참여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이 사회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엄정하게 스스로 반추해봐야 한다”면서 “잇단 선거참패에 대해서 전혀 돌아보지 않고 하다보니, 그와 같은 목소리들이 보수나 구태보수, 진보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참여정부의 실패가 자꾸 누적되고 있다. (허씨의 주장도 현 정부가)방향감각없이 나가고 있는 데 따른 민심의 목소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씨의 자격 여부 운운에 앞서 노 정부의 국정운영의 심각성에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런 상황을 적잖이 우려하는 모습이다. 당내 소장파 전략통으로 꼽히는 박형준 의원은 “허씨가 낸 광고를 보고 걱정이 됐다”면서 “안보를 걱정하는 것은 좋지만 옛날 파시스트들까지 나서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내용적으로 옳다고 해도 위험하다”면서 자칫 정치권에서의 역공을 걱정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허씨의 의견광고 주장은) 마치 정권을 뒤집으라는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면서 “군사쿠테타 세력들이 쿠테타를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자칫 건전한 토론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면서 허씨의 의견광고 게재는 부적절한 처신임을 지적했다.

    한편, 이날자 한 일간지에 '서둔상록사'라는 명의의 주체로 실린 허씨의 광고 글에는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와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추진 등과 관련, “적의 무력시위(미사일 다발)앞에 침묵하는 권부, 사활적 사안을 두고 동맹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권부는 정작은 번지수가 잘못된 권부다” “무적의지가 없는 자가 권부에 하루 앉아 있으면 폭민이 고개를 들고, 이틀 앉아 있으면 내적이 일어나고, 사흘 앉아 있으면 외적이 덮친다”는 등의 참여정부를 강력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