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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인 차기환 변호사가 4일 시사웹진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 '차기환의 자유논단'에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며칠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의 이승엽 선수가 통산 400호, 401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요미우리가 4-2로 승리하였는데 이승엽 선수가 투런 홈런 2방으로 혼자서 4점을 올려 이승엽 선수 개인적으로도 매우 기뻤을 것이고 팀도 연패에 헤메이던 분위기를 반전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승엽 선수의 실력보다 인격이 더 인상 깊었다. 이승엽 선수는 “팀이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에게 너무 언론의 보도가 몰려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얼마 전에는 자신이 투런 홈런을 쳐서 2점을 올릴 기회에 선행 주자가 3루 베이스를 밟지 않고 홈에 들어와 아웃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그 선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었다. 이승엽 선수는 “팀 동료가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 홈런은 다시 치면 된다”고 하였다. 이승엽 선수 자신은 팀의 4번 타자로서 맡겨진 임무를 훌륭히 완수하였지만 겸손하게 이를 자랑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 인품이 인상 깊었다.
이와 다른 차원에서 필자를 감탄시킨 분이 또 있다. 얼마 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얼굴에 심한 자상을 입었을 때 비아냥대는 뉘앙스의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던 노혜경 노사모 대표이다.
노혜경 대표는 최근 ‘김병준 부총리 임명에서 사의까지 – 지식인 사회의 패배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주장을 했다.
“참여정부는 업적이 많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권위주의의 타파다. 그 예로 대통령에게 막말하는 것도 자유스럽게 되었고(막말하는 자는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오줌 누는 손오공에 비유할 수 있다) 언론도 과거 친인척 비리, 부패 같은 이슈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 보도를 자유로이 한다. 이러한 성과는 참여정부의 언론 정책의 성과이다. 그러나, 언론이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정 기준을 독자들에게 강요하고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아 언론 독재의 상황이 되어 간다. 김병준 부총리는 부총리라는 신분이 있어 청문회를 통하여 반론권을 행사하는 효과를 거두었지만 일반 국민은 그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참여 정부의 언론정책을 칭찬하였다.
노혜경 대표는 김병준 부총리가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까지 몰린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던지 갑자기 지식인들의 책임을 거론한다. 그녀는 “지식인 사회에게 부과된 책무는 국가권력의 폭력에 맞서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보존하는 것과 시민 권력이 창출한 국가권력을 시민에게 이롭도록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수준 낮은 기자 또는 컬럼니스트들이 사회의 공론을 장악하였고 김대중 정부 시절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논객들의 기능이 상실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김병준 부총리 사태를 초래했다. 구체적 생의 맥락을 타고 사건을 해독해야 할 지식인들의 기능이 멈추고 유사지식인들의 구호성 선동이 대신하였고 지식인들 대신 언론이 주도하는 여론몰이가 있었을 뿐이다. 지식인 사회의 패배이다”라고 결론을 지었다.
노혜경 대표의 글을 읽고, ‘사랑에 눈먼다’는 말이 꼭 연인 사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도 이렇게 눈이 멀고 귀가 멀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다. 하나씩 검토하여 보자.
먼저 권위주의 타파이다. 일반적으로 권위주의가 타파되었다라고 하면, 권력의 행사가 헌법, 법률 및 사회의 양식에 들어맞고 또 개인이 권력에 맞서 자신의 권리 및 주장을 펼치는 것과 관련하여 부당한 불이익을 받으리라는 염려가 없게 되는 상황을 떠올린다. 이에 반하여 권력이나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그 직위에 어울리지는 않는 발언이나 행위를 해서 타인이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이런 경우 ‘권위주의의 타파’라고 하지 않고 ‘권위의 실추’라 부른다. 참여정부의 권위주의의 타파는 양자 중 어느 것인가?
노혜경 대표는 일반인들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막말을 하는 것을 권위주의의 타파 사례로 들었는데 이 역시 부적절하다. 서슬 퍼런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도 사석에서는 ‘전두환 시리즈’ 농담이 유행했고, 김영삼 정권하의 ‘김영삼 시리즈’를 거쳐 김대중 대통령 정부하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자유로이 할 수 있었다. 참여정부 들어 비로소 가능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참여정부 들어서는 정부가 확실하게 반론권을 행사하고 손해배상소송까지 마구 제기하여 언론기관이 위축되는 느낌마저 든다.
노혜경 대표가 참여정부의 성과로 언론정책을 드는 것을 보고 과연 노사모의 대표를 할만 하다고 느꼈다. 참여정부가 비판적인 신문사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언론법 파동까지 일으켜 가면서 전두환 정권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독소조항을 넣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그런 조항이 대부분 위헌 결정을 맞았다. 게다가 노 대표는 참여정부 들어서 언론이 비로소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보도를 하였다고 하는 것에는 정말 말문이 막힌다. 노혜경 대표는 참여정부 이전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실은 신문을 읽은 적이 전혀 없나 보다.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이승엽 선수의 겸손함과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를 자인하여야 할 부문을 오히려 공으로 내세우는 노혜경 대표의 몰염치함이 너무나 대조되지 않는가?
노혜경 대표는 김병준 부총리가 별다른 하자가 없음에도 ‘수준 낮은’ 칼럼니스트나 언론이 구호성 보도를 하여 정보가 없는 (쉽게 말해 무식한) 국민이 이에 휘둘렸는데 지식인들마저 ‘생의 맥락을 타고 사건의 배후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지식인 사회의 패배를 통탄한다.
노혜경 대표는 자신이 지지하는 성향의 정치인이나 사람이면 그 허물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고질적인 약점이 있나 보다. 전에는 모 정치인이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챙기다가 적발되어 구속 기소되었을 때 과감히 나서 눈물로 그를 옹호하는 글을 쓰더니 이번에는 김병준 부총리의 허물 역시 보이지 않는가 보다.
이 칼럼에서 표절의 의미가 무엇이고 사기 행위의 요건이 무엇인지 논할 수는 없지만 김병준 부총리의 행적은 명백히 지탄받을 수 밖에 없는 행위이다. 표절을 엄격히 다루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었다면 부총리 사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수직까지 사퇴하여야 할 것이다. 오히려 김병준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그 정도의 논문 표절은 상당수의 교수들이 과거 많이 한 행위이고 일종의 관행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이쯤 되면 참여정부하에서 ‘몰염치’는 전염병이 되었나 보다.
노혜경 대표는 김병준 부총리를 비판하는 언론들이나 국민들을 ‘수준 낮은’, ‘유사지식인’이라고 비하했다. 오만의 극치이다. 우리 국민들이나 보수 언론인들의 지적 수준이 노혜경 대표만 못한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상대방을 깔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한 ‘뻔뻔함’의 고질병은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노혜경 대표는 지식인은 학자가 아니라 ‘발언하는 자’라고 주장하는데, 발언의 취지를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발언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신중함을 갖추기 바란다. 왜냐하면 노혜경 대표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나 글을 할 때마다 그녀의 희망과 달리 참여정부나 그 지지의 대상자는 더욱 여론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