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수해로 인한 북한의 피해 규모가 엄청난 모양이다. 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만 1만 명에 달하고, 이재민이 100만~150만 명에 이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종합적인 피해 상황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가 없어 실상을 알 수는 없으나 아리랑 공연에 이어 8.15 통일대축전 행사까지 취소한 걸 보면 상황이 심각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 주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민간과 함께 정부도 나서서 돕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돕고 싶어도 도와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남북관계의 냉기류 때문인지 우선 북한이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대한적십자사가 지원 의사를 전달했지만 북한은 거절했다. 중국 랴오닝성에 나와 있는 북한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대표가 지원 수용 의사를 밝혔다지만 북한 당국의 공식 요청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정부대로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사일 사태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마당에 대북 지원을 재개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는 어렵게 돼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수해는 긴급구호가 필요한 자연재해다.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민간 구호단체들이 발벗고 나서고, 모처럼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정부에 긴급 지원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민간단체가 정부에 긴급구호 참여를 요청해 오면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에 참여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고육지책(苦肉之策)이지만 그 정도면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북한 당국도 당장 주민이 겪는 고통을 생각해 필요한 지원 품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 지원 품목에 쌀을 포함하는 문제는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원 중단 조치를 푸는 것이 아니라, 긴급구호 차원의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라면 굳이 이 문제로 논란을 벌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