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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정권 잡겠나"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대한 청문회 성격으로 열린 1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지켜본 뒤 터져나온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탄식이다. 교육위 회의가 끝난 직후 "사퇴는 무슨 사퇴냐"며 의기양양하게 국회를 나서는 김 부총리의 모습에 분노한 여론은 그 책임을 한나라당에 물었다.
한나라당 소속 교육위원들의 질의내용이 언론보도에 근거한 똑같은 질문을 반복한 데다 논리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사퇴하라'며 윽박지르는 수준에 그친 데 대한 비판이다. 이날 상임위는 오히려 김 부총리에게 해명할 자리만 만들어준 꼴만 됐으며,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김 부총리의 사퇴문제와 관련한 주도권을 청와대와 여권에 빼앗긴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김 부총리를 옹호하던 태도에서 180도 바꿔 '자진사퇴'를 촉구한 열린우리당 교육위원들이 더 많은 준비와 알찬 질의를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상임위가 끝난 후 열린당 우상호 대변인은 "김 부총리와 관련한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학자로서의 그의 명예가 회복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당은 김 부총리에 명예로운 사퇴를 촉구했으며 이제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한발 비켜갔다. 청와대 역시 "의혹을 해소시킨 사실상의 청문회였다"며 "회의를 본 사람들은 객관적 진실을 파악하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라며 결과에 만족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회의를 지켜본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한 개인의 일방적인 강변을 청취한 자리였다"고 혹평했다. 그는 "단순히 언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반복질의와 함께, 관행임을 앞세워 김 부총리에 면죄부를 주려는 요식행위로 몰아갔다"며 한나라당과 열린당을 함께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받은 집중과외의 모범사례를 보인 김 부총리가 국회에서 나서며 여유있게 웃으며 돌아가더라"며 허탈해했다.
한나라당 중앙당 홈페이지에도 당소속 교육위원들이 보인 태도를 비난하는 여론으로 들끓었다. 한 네티즌은 "국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한나라 의원이라면 마치 해변에 놀러온 사람처럼 무성의하게 질의하진 않을 것"이라며 "한나라가 대선에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검사가 피의자의 죄를 입증하는 자세보다 더욱 가혹한 질문과 준비가 있어야 할텐데 국민이 보는 앞에 그렇게 한가한 질문이나 하고 있어서 되겠느냐"며 "김 부총리 기만 살려준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은 어거지와 고압적인 데 반해 김 부총리의 해명이 논리정연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 겸손과 국민을 무섭게 보는 수양을 쌓아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