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국회에서 열린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때아닌 병적기록부 논란이 벌어졌다. 김대업 사건으로 '병적기록부'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 한나라당 의원이 김 내정자의 병적기록부를 들고 문제를 제기했고, 병적기록부를 '맹신'해야 당연할 열린우리당 의원이 나서서 '병적기록부가 엉터리'라며 무시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이날 김 내정자의 병적기록부에 김 내정자의 학력이 대졸인데 중졸로 기록되어 있는 점, 신체등급은 3등급인데 방위병으로 복무(4급부터 해당)를 마친 점, 이것조차 국가에서 정한 법정양식으로 작성되지 않은 점 등을 들며 병역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열린당 유기홍 의원이 해명에 나섰다. 스스로도 병적기록부가 못미더웠던 유 의원은 "병무청에 추가자료를 요청해 검토해보니 결론적으로 당시 병적기록부 원본이 훼손되거나 망실돼 추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키나 몸무게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병적기록부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 뒤, 김 내정자의 병적기록부를 '믿지 못할 자료'로 치부했다. 그는 "이런 유사사례가 더 있다"고도 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때 노무현 당시 후보측과 친노 매체들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몰아세우며 병적기록부를 결정적인 증거로 들이밀었던 상황과는 딴판이었다. 이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병적기록부가 '의문투성이'라면서 김대업을 내세워 대필·바꿔치기·변조, 그리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했다는 등의 갖은 의혹을 제기하더니, 이제는 여당의원 입에서 '원래 문제가 많은 자료'라는 식의 자백이 나온 셈이다.

    이쯤되니 주 의원이 추가질문에서 "현 정권은 상대 후보의 자식 병역 기피 의혹을 부각시켜 많은 표를 얻었다"며 "그런 만큼 정부가 병역 문제에서 있어서는 엄격하게 따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김 내정자를 압박할만도 하다.

    이회창 때는 '비리증거'로 몰더니, 이번엔 '훼손·망실됐겠지…사례 더 있다'
    김대업 칭송하던 오마이, 김병준 병적기록부는 어떻게 할까

    사기범인 김대업을 '병역비리 전문가'로 칭송하며  병풍 지피기에 몰입했던 오마이뉴스는 이날 유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 내정자의 병적기록부가 의혹투성이니 병역비리 근절을 위해 온 국민이 나서서 이를 해소해보자고 또다시 올인할까.

    지난 2002년 8월19일 오마이는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고 있던 남경필 의원의 논평을 맹렬히 비난했었다. 남 의원은 "병적기록부는 원래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가 오마이로부터 "해괴한 주장" "병무행정 공무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 "전 국민을 비리혐의자로 모는 논평" 등 욕설에 가까운 비난세례를 받았다. 남 의원의 논평은 이날 김 내정자를 감싸기 위해 유 의원이 한 말과 유사했다. 당시에 오마이는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적기록부는 가장 기본적인 개인신상에서부터 신검, 입영연기, 최종판정 등 거의 모든 항목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4년 뒤 주 의원이 김 내정자를 상대로 제기한 의혹과 토씨하나까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