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7·11전당대회로 구성된 당 지도부의 ‘보수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도부 입성에 실패해 고개를 떨어뜨렸던 소장파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대로 위기를 맞았던 소장파가 ‘전대 후유증’을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강재섭 대표는 전대와 연이어 열린 원내대표 경선으로 구성된 당 지도부의 ‘친박(親朴)’ ‘보수’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에 소장파들을 중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박 성향의 아나운서 출신 초선인 한선교 의원은 14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늘 지도부를 맞대서 이 얘기 저 불만 내뱉는다고 그들만을 중용하고 선택한다면 한나라당은 늘 그렇게 시끄러운 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는 아이에게 젖 주는 당이 될 것”이라고 소장파 중용 움직임을 경계했다.

    한 의원은 우선 당내 소장파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 그룹으로 상징되는 것에 대한 불만부터 드러냈다. 그는 “수년전부터인가 각종 언론 매체에는 ‘한나라당 소장파’라는 단어가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처럼 쓰여 지기 시작했다”며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소장파는 ㄴ모 의원, ㅇ모 의원 등 당 지도부와 언론에 자주 얘기를 하는 의원들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원·정 그룹 중심의 소장파를 제외한 당내 젊은 정치인들을 ‘선량한 소장파’라고 지칭하며 “이들을 제외한 선량한 소장파들은 억울함 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량한 소장파라 함은 당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때로는 불만이 있어도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히 당의 큰 흐름을 따라가는 분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수구 꼴통들만은 아니다”며 “한나라당이 이렇듯 국민의 커다란 지지를 얻고 소수 야당임에도 뚝심을 갖고 거대 여당과 싸울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진실 되고 선량한 마음과 행동,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 대표가 소장파를 지명직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에 중용하겠다고 한 것을 거론한 뒤 “옳은 결정이지만 소장파는 목소리가 큰 몇몇 젊은 의원만을 일컫는 말이 아니길 믿고 싶다”며 “그 범위 안에는 앞서 말한 선량한 소장파도 포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 대표가 당의 화합을 제일 먼저 이뤄야 하지만 자신의 대표 당선의 정당성마저 스스로 부정한다면 이번 경선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참석하고 관심을 보여준 대의원·당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의 대선 승리를 위한 당직인선이 돼야지 일시 봉합에 그치는 인선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 당의 쇄신을 위해 애써온 좁은 의미의 소장파에게도 한 말씀 드리고 싶다”며 “혹시 자신들의 초심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나. 혹시 너무 정치 세력화 하는데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소장파에게 개혁이란 단어가 신문에서 어느 사이 사라진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이 있기를 부탁한다”며 “한나라당의 커다란 승리를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한나라당이 한창 사립학교법 무효 장외투쟁을 전개하고 있던 지난 1월 당시 원희룡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표의 투쟁 방식을 비판하자 “상대가 적어도 당 대표 정도는 돼야 기사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을 안다”며 원 최고위원이 ‘뜨기 위해’ 박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