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버웰 벨 한미연합사사령관은 13일 국회 안보포럼 특강에서 “한국정부가 요구한 작전통제권 이양을 위해 두 나라가 각각 독자 사령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벨 사령관은 “작전권 이양 후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첫째 한국군이 바라는 전쟁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둘째 미국의 군사적 지원, 지상군 지원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셋째 유엔사의 역할이 어떻게 되며 정전협정 유지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우선 한국은 전쟁이 벌어질 경우 어떤 목표를 위해 싸울 것인가를 물었다. 북한이 남침해오면 휴전선 방어에 목표를 둘 것인지, 아니면 전쟁을 도발해온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반격할 것인지 궁금하다는 얘기다. 전쟁 목표를 공유해야 함께 싸울 수 있을 텐데 대체 한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가 북한이 침략전쟁을 걸어 올 때 북한 정권을 제거하고 한반도 통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뼈대로 한 한미연합사 작전 계획 마련에조차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벨 사령관은 다음으로 한국 주도로 자주적으로 안보를 지키겠다는데 그렇다면 미국은 어느 정도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군사 정보만 지원하면 되는 것인지, 공군·해군만 힘을 보태면 되는 것인지, 지상군도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인지 답을 달라는 것이다. 한국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군사적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얼마 전 국방장관을 지낸 여당 의원이 국방장관에게 “작전권을 5~6년 안에 거둬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 우리가 인공위성이 있느냐, 조기 경보체제가 있느냐, 이지스(對空대공 요격시스템)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던 것과 마찬가지 질문이다.

    벨 사령관은 마지막으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거기에 기반을 둔 유엔군사령부는 껍데기만 남게 되는데 유엔군사령부를 한쪽 당사자로 하는 정전체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고 있다. 정전체제에서 남쪽 당사자는 유엔군사령부, 북쪽 당사자는 북한과 중국이다. 판문점에서 사소한 충돌이 발생해도 유엔군사령부 지시를 받아야 처리할 수 있게 돼 있다. 결국 북한과 정전체제를 대체할 평화협정 같은 것을 체결해야 하는데 지금의 남북관계가 그 단계에 와 있느냐는 질문이다.

    ‘이 정권의 비원(悲願)’인 자주적 작전권을 가지려면 이렇게 안보의 뿌리를 건드리는 문제들과 맞닥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실력이나 여건에서 어느 질문 하나 쉽게 답을 내놓기 어렵다. 그러니 벨 사령관은 한국 정부가 이런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정말 갖고 작전권 환수를 밀어붙이는 것일까가 궁금했을 것이다. 사실은 그만 궁금한 것이 아니다. 이 정권이 말 끝마다 ‘자주’를 붙이고 나오는 걸 보면서 국민들도 똑같이 품었던 의문이다. 이제 정부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