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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노무현편이지만 한국편 아니다

입력 2006-07-14 09:24 수정 2006-07-14 15:40

동아일보 14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순덕 논설위원이 쓴 '중국은 누구편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증폭된 북핵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었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말이다. 북핵 문제가 불거진 2003년 2월, 사흘간 대북(對北) 중유 공급을 중단해 완강히 뻗대던 북한을 6자회담에 이끌어 낸 나라가 중국이다. 에너지의 80%를 중국에서 받는 북한으로선 길게 버틸 재간이 없다.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려는 중국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어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밝혔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중유 공급 중단은커녕 “북-중 친선 협조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했다.

왜일까. 중국은 북한에 핵을 포기시킬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2003년 초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한 때였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도 다음 차례는 북한일 수 있다며 긴장했다. 지금은 다르다. 일본이 암만 선제공격론을 펴도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다. 전쟁 가능성이 희박한데 중국이 그때만큼 절박하게 나설 리 없다.

만 3년 전인 그해 7월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가 적극적 노력을 했다며 감사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우선순위는 핵 폐기가 아닌 북한의 존립이다. 설령 김정일 정권이 핵을 가졌대도 70%의 식량을 대주는 중국에 대고 핵폭탄을 터뜨릴 리 없으니 겁날 것도 없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미국과 국경을 맞대는 상황이다.” 2년 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중일 토론회에 참가했을 때 중국인 교수는 비밀처럼 털어놨다. 중국으로선 핵 가진 김정일 정권보다 핵 없는 통일 한국이 훨씬 끔찍하다는 얘기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 없이 미국의 영향력이 압록강까지 미치는 상황을 중국은 결코 원치 않는다.

그래서 미국의 군사전략 전문가인 앤드루 스코벨 박사는 “북한은 중국의 빨간 립스틱”이라고 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는 아니다. 값도 비싸고(연 20억 달러의 원조, 교역, 투자를 한다) 품질도 의심스럽지만(중국식 경제개혁 가망도 안 보인다) 미모에 자신 없을수록 립스틱은 꼭 필요하다. 북한의 일당독재가 무너져 중국 공산당 독재의 합법성까지 의심받지 않도록 더 짙게 발라야 할 판이다.

고맙게도 김정일 정권이 핵 카드로 세계평화를 위협해 주는 바람에 중국은 6자회담 중재자로 클 수 있었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다극주의를 추구하는 중국으로선 한국까지 끌어들여 지역 패권(覇權)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다. 미국 외교협회(CFR)도 중국이 북한을 이용해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와 일본의 재무장을 견제해 왔다고 분석했다. 6자회담이 실패로 끝날 때마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의 양보를 촉구해 왔다.

그런 중국에 대해 노 대통령은 “중국의 방향은 정확하다”고 했다. 3년 전 중국 런민(人民)일보와의 회견에서다. 북핵은 자위(自衛)수단이라며, 북한 체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 역시 북핵 폐기보다는 북핵과의 공존을 원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전쟁만은 피하기 위해서인지,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위해서인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 국민 입장에서 북한보다 우리 정부가 더 불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김정일 정권도 거대해진 자신의 위상을 알아 버렸다. 노 정부와 중국이 북한 붕괴를 두려워한다는 점을 이용해 김정일은 한중 두 ‘우방’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을 쐈고, 6자회담 복귀도 거부하고 있다.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사도, 힘도 없던 중국만 공개 망신당한 꼴이다.

중국은 언제나 북한 편이고, 언제부터인가 노 정부 편도 됐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중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핵 없는 대한민국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한미일 공조는 가물가물해졌다. 정권과 이해(利害)가 달라져 버린 국민은 어디에 서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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