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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5일 사설 '열린우리당은 집권당 간판을 내리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라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육부총리 내정에 대해 “행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당 지도부는 당·정·청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마음보다는 대통령의 마음을 먼저 살피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말이다. 이번 개각에서 당의 의견이 퇴짜를 맞고 버림을 받았는데도 대통령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나라 집권당의 한심한 처지다.
당초 열린우리당은 “김병준 전 실장은 ‘세금폭탄’ 부동산정책을 밀어붙여 민심이 등을 돌리게 한 책임자로서 부적격자”라고 들고 일어났다. 당 지도부는 이런 당내 분위기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이런 소리에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움직임이 느껴지자 김 전 실장의 부총리 내정을 앞당겨 밀어붙였다. 그런데도 집권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며 바짝 엎드렸다. 소속 의원들에게 교육부총리 인사에 반발하는 언행을 삼가라며 입단속까지 시켰다.
대통령의 인사권이란 게 이렇게 신성하단 말인가. 열린우리당은 민심을 전했는데 대통령은 이런 민심에 귀를 닫아 버렸다. 그렇다면 당은 민심의 편에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 그것이 당의 존재 이유다. 그런 존재 이유를 저버린 정당은 살아남을 가치가 없다. 더구나 집권당이 이런 길을 걷겠다면 우선 집권당 간판을 내리고 다음엔 정당이란 간판조차 내릴 생각을 해야 한다. 소비자를 외면하는 기업에겐 문을 닫으라 하면서 국민을 외면하는 정당이 어떻게 버젓이 영업을 계속한다는 말인가.
이제 열린우리당은 ‘민심을 수렴해서…’ 운운하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국민을 속이기보다는 ‘오늘 대통령의 안색을 살폈더니…’ 하고 솔직히 청와대 비서실의 여의도 분실처럼 행동하는 것이 정직하다는 것이다.
궁금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대통령 발 아래 엎드려야만 하는 이유다. 대통령 주변에서 걸핏하면 꺼내드는 탈당론 때문인가. 대통령이 탈당하면 거죽뿐인 집권당 자리마저 내놓게 될까 봐 겁이 난 것인가. 아니면 머지않아 출발할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에서 대통령의 뜻을 업어야 유리하다는 예비 대권주자들의 속보이는 정치계산 때문인가. 그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열린우리당의 지금 모습은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하물며 집권당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