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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육부총리 임명 등 ‘7․3 개각 파문’과 관련, 개각 단행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단독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열린당이 4일 당의 사활을 걸고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섰다.
열린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 당 지도부와 청와대 만찬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의 단독 회동 사실을 확인하면서 일부에서 제기된 개각 내용의 사전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우 대변인은 “(당시 단독 회동에서는) 지방선거에 대한 이야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정책적 보완에 관한 문제들, 그리고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 등 당․청 관계에 대한 3가지 주제였다”면서 “개각 이야기까지 할 여유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시 단독 회동 자리는 물론, 이후 청와대 만찬 간담회 자리에서도 개각내용의 사전 논의는 전혀 없었다는게 우 대변인의 이날 기자간담회의 요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우 대변인의 이같은 이례적인 기자간담회를 최근 ‘7․3 개각 파문’으로 인한 여권 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김 전 실장 기용을 놓고 당내 일각의 반발기류가 거세게 일었던 만큼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위기 수습 분위기 저해는 물론, 당․청 관계의 급속한 와해로 이어져 여권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당시 김 전 실장 기용 강행을 계기로 당내 분위기는 ‘당·청간 이견이 좁혀질 수 없음을 확신했다’는 모양새로 흘렀으며,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당·청 관계 봉합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었다. 자칫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은 단계로 급반전할 수 있는 개연성마저 보이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독 회동 사실까지 알려지자,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우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 서두에 “단독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용이 와전되거나 확대 해설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언론이 추측 보도하거나 확대해석하는 기사를 쓸 가능성이 있어서 면담 내용을 밝히게 됐다”도 말했다.이와 더불어 특히 ‘7․3 개각’에 대한 당내 일각의 반발기류에 맞서 “인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라며 사실상 묵인해 준 사람이 김 의장이었던 만큼, 이번 단독회동 사실로 김 의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오를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도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의장을 중심으로 한 당 위기 수습노력이 ‘7․3 개각 파문’으로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7․3 개각 파문’으로 김 의장의 당내 입지는 재야파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를 노정했다는 입장도 내보이고 있다. 실제 일부 의원들은 김 의장에 대한 노골적으로 불만의 시선을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초선의원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했던 김 의장이 정작 계급장을 떼고 논쟁해야 할 시점에서 꼬리를 내렸다"며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이었겠지만, 당청관계 본질적 문제의 해결 필요성을 외면한 단견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현 지도부가 당·청 관계 봉합에만 급급해 선거 책임을 회피하는 청와대에 너무 협조모드로 가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도 나돌고 있다.
5․31 지방선거 참패 책임 문제에서 노 대통령도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인데, 김 의장의 이번 ‘개각 파문’에서 보여준 일련의 과정들이 역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당내 불만을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당 위기 수습에 나선 김 의장 체제의 한계로 비쳐진다는게 당 안팎의 시선이다. 분명 이번 ‘개각 파문’에 대한 일련의 처리 과정이 김 의장 체제의 첫 시험무대였는데, 실상은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할 꼴이 됐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