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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6일 사설 '대통령 비서실장의 어처구니없는 시국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의 23일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들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 체계와 시국관을 갖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실장은 자신의 고향인 전남 장성군이 주최한 ‘참여정부의 리더십’이란 특강에서 “참여정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가장 ‘원형적으로’ 실현해 가는 정부”라며 현 정권의 정체성과 헌법 일탈을 비판하는 민심을 비웃듯이 말했다. 민심이 5·31 지방선거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게 된 첫번째 동기와 배경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이라는 대한민국의 국기(國基)에 대한 현 집권세력의 지속적인 훼손 시도에 있었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가장 ‘원형적으로’ 흔들어온 정권이 노 정권 아닌가.
그런데도 이 실장은 특강 내용을 청와대 홈페이지에까지 올려놓고 ‘뭘 모르고 있는 국민이 왜 시비를 거느냐’는 식이다. “새로운 정치문화 속에서 국민의 인식과 관행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뭐 저렇게 하나’ 그런 불만이 있었다”며 “5·31 선거에서 그랬던 것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선거 직후 “한두번 선거로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나라의 의식·문화·정치구조 등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동학혁명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과거사 재규명 소용돌이’를 주도해 온 노 정권을 향해 미래로 가자고 외친 것이 누군데 이제 국민의 인식과 관행을 탓하는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표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실장은 “참여정부는 경제는 잘하고 있는데 민생이 어렵다”고 논리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언급도 했다. 어떻게 경제가 잘 돌아가는데 민생이 어려울 수 있는가. 그는 “민생이 고달픈 것은 1997년 외환위기가 가져온 구조적 문제의 후유증 때문”이고 “참여정부 3년 안에 해결한다는 것은 세종대왕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발생 10년이 가까운 환란에 떠넘겼다. 막중한 책임의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렇게 비뚤어진 시국관으로 되레 민심을 윽박질러도 무방한 것인지, 그야말로 어처구없는 일이다.





